어린 자녀의 발달과 부모의 이혼
어린 자녀의 발달과 부모의 이혼
  • 제주일보
  • 승인 2017.09.1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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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숙 서울가정법원 상담위원 / 숙명여대.가천대 외래교수

[제주일보] 근래 4~7세의 자녀를 둔 협의이혼 숙려 과정에 있는 부모님들 3~4쌍이 함께 5주의 만남을 가졌다. 협의 이혼 진행 중 3개월의 숙려기간 동안 자녀와 부모가 서로 의논하여 정한 주 양육자가 적합한 부모일지, 헤어져 지내는 부모와는 어떻게 면접교섭을 할지 등을 점검해 보고 부모가 헤어진 이후에도 지금처럼 아이 마음을 읽어주며 노는 방법을 익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이 시기의 자녀들은 유아기라고 하는데 태어나 얼마 되지 않는 영아기에 비해 적극적인 활동 탐색이 이루어지는 시기이다. 발달이 가속화되며 성격이 형성되고 대인 관계, 문제 해결 능력, 창조성 등 인간성의 기초가 다져지는 시간이다. 이 시기의 신체 발달은 특히 중요하다. 신체발달은 아이의 외형과 기능적인 발육 뿐만 아니라 지능과 언어, 정서, 사회성, 성격 발달의 근원이 된다.

특히 정서·정신의 발달에 영향을 주는데 신체의 어느 한 부분에 결함을 갖게 된다면 아이가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 정서와 정신에 큰 부담감을 안게 된다. 이 시기의 신체발달을 촉진시키는 요인으로는 환경적인 요인, 균형 있는 영양 공급을 들 수 있다.

유아시기에 있는 아이들의 인지발달은 지각, 기억, 개념의 발달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지각은 사물의 부분적인 특징을 파악할 수 있었던 아이들이 점점 전체적으로 지각할 수 있게 된다. 기억은 나이가 한 살 한 살 들어감에 증가하고 기억을 지속하는 시간도 길어진다. 특히 자신이 흥미 있고 관심 있는 것에는 더욱 주의를 기울이며 스스로 기억하며 그렇게 기억된 것은 특히 오랫동안 유지되게 마련이다. 개념은 유아기 초기 시절 거의 모호하고 미분화 되어 있으나 차츰 명료해지고 분화된다.

사회성 발달은 아이 스스로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부모와 주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 태도, 행동 기준에 따라 자신의 행동 기준을 내면화 하는데 이것이 사회나 문화 집단의 규칙과 기준을 학습하는 사회화 과정이 되는 것이다.

이 시기는 맛있게 먹고 달게 자며 탐색하는데 종일을 보내면서 안정적으로 부모의 사랑을 충만히 받아야 한다. 그러나 부모의 갈등으로 비(非)양육자와 장기간 이별하거나 부모가 싸우느라 양육을 소홀히 하면 자녀는 뇌 발달이 늦어지고 낯가림을 하거나 퇴행행동을 하며 애착형성에 실패하여 애정결핍이 발생하기도 한다.

주 양육자가 배우자에 대한 분노와 이혼에 대한 수치심을 극복하지 못한 불안정 상태가 계속되고 아이에게 사랑을 주다 말다하며 일관성 없는 양육을 하거나 당장 먹고 살 돈을 버느라 바빠 자녀를 제대로 돌보지 않으면 불안정 애착이 형성되기 쉽다. 아이는 주양육자의 품을 그리워하며 사랑을 요구하고 주 양육자 곁을 떠나지 않으려고 하지만, 주 양육자는 지쳐 충분한 사랑을 줄 여력이 없다. 그러다 보면 아이가 주 양육자의 불안정성을 그대로 물려받고 발달장애가 발생하며 양육을 고통으로 받아들이는 주 양육자가 아이를 학대하는 일까지도 발생한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결혼생활이 짧아 부부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 있고 이혼 또한 처음 해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위에서 살펴본 대로 유아기 자녀들은 사실상 양육을 하고 있는 부모의 도움 없이는 떨어져 지내는 부모를 만나러 가기가 힘들다.

이혼을 결심하고 이혼에 대한 최종 확인을 받는 3개월의 숙려기간을 이용하여 자신들이 선택한 이혼에 대해 건강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바탕으로 자녀들에게도 이 선택이 상처로 머물지 않도록 ‘헤어져 지내는 부모와 자녀의 면접교섭은 실제로 어떻게 구성되고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연습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어렵게 협의로 결정한 이혼의 선택을 격려하며 이혼 후에도 자녀들과의 연결을 놓치지 않도록 이웃들의 관심, 지원이 필요하다.

제주일보 기자  isuna@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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