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환경수도는 누가 만드나
세계환경수도는 누가 만드나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9.1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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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주 곶자왈공유화재단 이사장

[제주일보] 세계환경수도가 되려고 제주도가 뛰고 있다. 대기, 물, 숲, 에너지와 생활 폐기물처리, 도시공간구조 등 모든 분야에서 세계의 모범도시가 되겠다는 포부다. 이는 제주도가 자연 면에서만 우수한 것이 아니고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사는 모습도 아름답다는 점을 확인시키는 발걸음이다.

작년 9월 하와이 세계자연보전총회에 참석하면서 현지 전기차 배터리 생산업체를 방문한 적이 있다. 회사 사장은 하와이 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클린 에너지 목표를 우리에게 설명했다. 탄소 없는 섬을 만들려면 전기 차를 이용해야 한다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2045년 카본프리 하와이가 되기 위한 ‘에너지 성적표’에는 세부 목표들이 열거되어 있었는데 자동차 관련항목에는 전기차 보급 목표 외에 자동차이용 감축목표가 세워져 있었고 에너지 관련항목에서도 청정에너지 생산목표와 함께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목표가 세워져 있었다.

자동차의 경우는 하와이 주민 한 사람이 일년에 자동차로 이동하는 거리가 도보, 자전거, 텔레커뮤팅(재택 근무) 등의 실시로 매년 어떻게 변화했는지가 그래프로 그려져 있었고 에너지의 경우도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을 줄이고 청정에너지 발전을 늘리는 목표와 병행하여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을 2030년까지 30% 줄이는 목표를 확실하게 세우고 있었다.

하와이 주민의 목표인 탄소 없는 하와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기차와 전기차 배터리를 잘 만드는 것 이상으로 자동차를 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전기차 배터리 생산업체의 사장의 입에서 듣는 것은 감동적이었다. 그는 이런 노력을 수요대응이라고 설명했다. 즉 청정 에너지와 전기차를 생산하는 것은 공급대응이고 에너지와 자동차에 대한 수요를 줄이는 것은 수요대응이라는 것이다.

수요대응이라는 개념을 우리의 쓰레기 문제에 대입해 보았다. 도청 자료에 의하면 쓰레기 발생량은 최근 3년 동안 33% 증가했다. 이는 인구가 62만명에서 67만명으로 7.6% 늘어난 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인구증가에 덧붙여 인구 한 사람 당 하루 쓰레기의 양도 2014년의 1.57㎏에서 올해 1.94㎏으로 23.5%나 늘었으니 전체 증가속도가 이렇게 커진 것이다.

그 동안 관계 당국의 노력은 대부분 쓰레기 처리 쪽에 집중되었다. 그러나 가장 큰 봉개 매립장을 비롯하여 서부 및 동부매립장이 올해와 내년에 포화상태가 될 전망이고 신설 추진 중인 동복환경순환센터의 매립장도 협약지연으로 아직 착공을 못하고 있다. 제주도의 쓰레기 문제를 공급대응으로 풀어 나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것은 제주도가 섬이기 때문이다. 그저 그런 섬이 아니라 어느 한 곳 아름답지 않은 구석이 없는 보석 같은 섬이기 때문이다.

쓰레기의 처리라는 행정서비스의 공급 쪽의 노력은 대단히 많이 하였던 반면 쓰레기 발생량이라는 행정서비스의 수요관리 쪽으로는 이렇다 할 노력이 없었다. ‘음식물쓰레기 수거차량에 음식물 쓰레기 반으로 줄입시다’라고 적어 놓고 다니는 것이 고작이다.

에너지 정책도 마찬가지다. 제주도에는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2차 산업이 없으므로 에너지를 줄인다고 지역총생산이 줄어들지 않는다. 직장과 업소와 가정에서 냉난방과 조명, 조리 등에 소요되는 전기와 가스 사용량을 줄이려는 목표와 의지가 공유되어야 한다. 이는 상수도 공급 및 하수처리에도 똑같이 적용될 것이다.

세계환경수도의 건설을 위해서는 제주도 전체의 공동체적 합심을 이끌어 내야 한다. 우선 감량 목표부터 세우고 이를 도내 전 업소 및 가정 에게 설명하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훗날 제주도가 세계의 모범이 되는 환경수도가 되었을 때 그 공(功)과 수훈(受勳)을 제주도민에게 돌려야 하는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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