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천국' 제주, 우리 모두의 문제다
'치매 천국' 제주, 우리 모두의 문제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9.17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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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고령화 시대의 그늘인 치매 노인에 대한 이야기들은 사연이 찡하다. 늙은 어머니에게 아침·점심·저녁 매끼 정성스럽게 차려주고 있는데도 동네 사람들에게 “밥을 못 먹고 있다”고 하거나 며느리가 “내 돈을 빼았아 갔다”고 하는 이야기 등등. 이런 치매 노인들의 이야기는 이제 우리가 귀 기울일 만큼 놀랄 일이 아니다. 너무도 흔히 들어온 말이니까.

제주도내 노인 인구 증가와 함께 치매 질환자가 늘고 있고 매년 100건이 넘는 치매 환자 실종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제주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도내 65세 이상 치매 질환자는 2015년 9541명, 지난해 1만 217명, 올 들어 지난달 현재 1만 888명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노인 치매 질환자 유병률(65세이상 노인중 치매환자 비율)은 올해 12.13%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치매 천국이다. 도민이 65세가 넘으면 10명 중 1명은 치매환자가 된다는 말이다.

이처럼 치매 환자가 늘면서 치매 환자 실종 신고도 늘고 있다. 치매 질환자 실종 신고 접수 현황을 보면 2014년 108건, 2015년 105건, 지난해 106건으로 매년 100건 넘게 발생하고 있다.

이 얼마나 가족들의 애간장을 태운 사건들인가.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치매 환자 부모를 둔 자녀들이 원수가 됐다는 얘기도 늘 듣는 말이다. 긴 치매 환자에 효자도 없다는 게 빈 말이 아니다. 치매 환자 가족들의 고통은 눈물 겹다.

더욱 슬픈 이야기는 치매를 앓던 노인이 바닷가에서 숨진 채 발견되거나 산중을 헤메다가 숨지는 사건들이다. 치매가 개인·가정·사회의 살림을 거덜내는 사회적 질환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건의 이면을 보면 우리 제주사회의 문화와도 연관이 깊어서 가슴 아프다.

우리 제주의 노인들은 늙어서 자식들에게 제 몸을 의지하는 걸 상당히 꺼려한다. 그래서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라도, 정신이 있을 때까지라도 혼자 힘으로 제 몸을 해결하려 한다. 이런 늙은 아버지, 어머니들이 어느 날 추억 속에 생각나는 길을 걷다가 길을 잃고 헤메는 것이다. 문재인 새정부는 국정 과제로 치매국가 책임제를 내놓았다. 하루빨리 이 과제를 실현할 구체적인 플랜을 제시했으면 좋겠다.

우선 선진국의 사례들도 눈여겨봐야 한다. 일본은 간병에 필요한 집 개조 비용을 대주고 정부 주도로 요양·배설 케어 로봇 실용화에도 나섰다. 이탈리아는 보호자에게 2년의 돌봄 휴가를 주고 네덜란드는 치매 마을을 만들어 의료진이 환자의 일상생활을 도와준다고 한다.

치매가 언제 닥칠지 모르는 나와 내 가족,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치매 천국’이 된 우리 제주사회는 범사회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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