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 노작가 수상소감 통해 제주4‧3의 발발배경 절절히 전해
[제주일보=변경혜 기자] 문학과 사회운동의 경계를 오가며 제주4‧3진상규명을 위해 젊음을 받쳐온 ‘화산도’ 김석범 선생(92)이 17일 2년 여만에 한국 땅을 밟았다.
고(故) 이호철 작가의 통일문학 뜻을 기리는 ‘제1회 이호철 통일로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선생이 한국땅을 밟은 건 지난 2015년 제1회 제주4‧3평화상 수상을 위해 제주를 찾은 이후 처음이며 서울방문은 87년 6월항쟁 이후 3번째다.
이호철 통일로문학상은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난 이호철 작가의 뜻을 이어 분단의 아픔과 실향민의 삶을 극복하고 한반도 통일과 인권과 차별없는 세상, 전지구적 평화를 위해 문학적 힘을 쏟아내기 위해 제정됐다.
분단의 상징인 파주 비무장지대(DMZ)에서 열린 시상식에는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순이삼촌’의 현기영 선생을 비롯 문학상 자문위원장인 김우종 한국문학평론가협회장, 심사위원장인 염무웅 교수 등이 참석해 김석범 수상자와 특별상 수상자인 김 숨 작가의 문학세계를 평가했다.
작가 김석범은 재일조선인으로 태어나 남한과 북한 그 어디에도 국적을 두지 않은 ‘무국적자’ ‘경계인’으로 일본에서 살아오며 일본문단에서 4‧3을 ‘재일 조선인 디아스포라의 문학’ 영역으로 구축, 1984년 오사라기지로상과 1998년 마이니치예술상을 수상하며 이미 문학성을 인정받았다.
수상연설에서 선생은 “저도 통일 갈망자 중 한사람”이라며 “하나의 조국, 하나의 조선이 일제 통치하의 식민지 시대부터 고향 상실, 조국 상실의 유랑민 디아스포라의 신세, 한 나라의 국민은 국적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면 국적이 없는 저는 이나라 국민은 아니나 삼천리강산에 존재하고 있는 한겨레의 일인인 해외동포”라고 자신을 규정했다.
90대의 고령에도 ‘화산도’의 배경에 대해 당시 상황을 꼼꼼히 정리해 낭독한 그는 제주4‧3의 성격을 바로세워야 한다며 70주년을 앞둬 명확한 자리매김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4‧3의 발발배경을 절절히 전하는 수상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까마귀의 죽음’(1957년)으로 첫 4‧3소설을 시작한 그는 1976년 일본 문예춘추사 ‘문학계’에 ‘화산도’를 연재해 1997년까지 원고지 3만매를 연재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지난 2015년 국내에서 20여년만에 대하소설 ‘화산도’가 출판되면서 한국에서도 그의 문학을 접하게 됐다.
이날 시상식에는 이문교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과 박찬식 육지사는제주사름 대표 등도 함께 했다.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은 시상식에 이어 18일에는 김석범 문학 심포지엄을 갖는다.
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