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통속 도-도의회, 빛바랜 ‘일자리 예산’
한통속 도-도의회, 빛바랜 ‘일자리 예산’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9.1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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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예산이 지역민원 해결에 투입된다면 이를 좋게 바라볼 시민은 별로 없다. 물론 해당지역 주민들은 자신들의 문제가 풀려 반길 수 있지만, 새로운 일자를 찾아 헤매는 미취업자나 실업자 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말 그대로 통탄할 일이다. 그런 일이 제주에서 벌어졌다. 제주도의회는 그제 제354회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5조656억원 규모의 제주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상정,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14억7252만원을 삭감한 뒤 다른 사업에 증액하는 것으로 수정 가결한 내용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이에 앞서 제주도의회 예결특위는 제주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 확보를 위한 홍보비 20억원 중 10억원을 비롯한 9개 사업에서 14억7252만원을 삭감했다. 삭감된 예산은 노후 경로당 개·보수 및 노후장비 교체, 주민센터 신축공사, 주민불편해소사업 등에 재편성했다. 이는 누가 보더라도 지역구 챙기기 사업이다. 선심성 사업이다.

제주도의 올 2회 추경은 현재 대한민국 사회가 맞이하고 있는 청년실업난 해소를 주목적으로 편성됐다. 그렇다면 도의회는 적어도 이번 추경예산 심의에서 만큼을 삭감된 예산을 일자리 창출분야로 돌렸어야 했다. 마을회관 및 경로당 시설개선과 주민센터 신축공사가 지금 시급한 게 아니다.

일자리 창출예산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은 비단 예산심의 과정에서만 벌어진 게 아니다. 예산을 편성한 제주도는 전체 예산 가운데 219억원을 일자리 창출여건 개선 및 일자리 기반분야 구축 분야에 우선 배정했다고 밝혔지만, 그 속을 들어가 보면 의문이 드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제주도는 단기 아르바이트와 1회성에 그치는 사업들을 대거 일자리 창출사업으로 포장했다. ‘기간제 근로자 등 보수’ 명목으로 106억원을 증액하기도 했다. 이 같은 예산이 순수한 의미의 ‘일자리 창출예산’으로 판단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예산심의를 탓하기에 앞서 예산편성 작업에서부터 문제가 나온 셈이다.

그제 호남지방통계청 제주사무소가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지역 실업자는 1만2000명으로 한 달 새 5000명이 늘었다. 이는 지난해 8월에 비해서도 4000명 늘어난 수치다. 제주지역 실업률은 2010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3% 대로 치솟았다. 그동안 최고 실업률은 지난해 2월 기록한 2.9%다. 이 같은 실업률 통계가 아니더라도 제주지역 청년들은 지금 사상 최고의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다. 그렇다면 지방정부가 보유한 한 푼의 예산이라도 이들 미취업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에 투입돼야 하는 게 도리다. 나아가 이는 이 사회 기성세대에게 부여된 책무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작 일자리 창출예산은 생색내기와 선심사업 챙기기에 돌아갔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정직하게 예산을 편성하고, 성실하게 심의했다는 데 결코 동의 할 수 없는 이유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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