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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덕문학'의 탄생김관후. 작가 / 칼럼니스트
제주일보 | 승인 2017.09.13

[제주일보] “지난 날 회상이/ 기억의 휘엇한 소롯길을 걷는다/ 소달구지 삐걱이며 동산을 오를 때/ 동네 개구진 녀석들/ 달구지 꽁무니를 탐하고/ 마을 한 가운데 자리한 못 안에선/ 개구리 울음소리/ 처연히 들려온다”

‘함덕문학’ 창간호에 발표된 김창호 시인의 ‘나도 하늘을 보았다’의 한 단락이다. 시인이 고향마을에서 추억의 끝자락을 표현한 부분이다.

함덕 출신이거나 함덕에 살고 있는 문인들이 중심이 되어, 함덕문학회를 결성하고 ‘함덕문학’ 창간호를 세상에 내놓았다. 문학인들과 리민들이 함께 모여 리민회관에서 출판기념회도 가졌다.

마을에서 문학회라니, 그것이 가능한 이야기일까? 왜 하필 마을문학인가? 마을은 촌락과 같은 의미이며 마을·골(谷)·동리·부락·취락 등의 용어로도 사용된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생활의 단위로서 인간생활의 기본단위인 가족 또는 집들이 모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통합을 이루고 있는 지역집단이다. 이런 마을에서부터 문학 활동을 시작하자는 것이다.

마을은 남과 남, 인류가 모여 사는 최소 단위이다. 소설가 오성찬은 ‘제주의 마을-함덕리’에서 마을은 작지만 그 안에는 사회적 의미의 모든 요소와 행위가 축양(畜養)되어 있다고 했다.

마을에는 어느 성씨의 흥망성쇠(興亡盛衰)가 마치 나라 안에서 민족이 흥하고 망하는 것처럼 명멸하고 있다. 오성찬은 그곳을 가까이 실감하니까 가슴이 떨렸다고 고백하였다.

‘함덕문학’은 함덕마을에서 출발하였다. ‘함덕문학’의 탄생은 관광산업으로 파괴되기 시작한 마을공동체의 본질을 찾고자 하는 데서 그 의미를 찾는다.

‘관광’이라는 이름으로 함덕사람의 정체성은 흔들리기 시작하였고 농촌생활의 삶은 부동산 가격의 폭등으로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제주4․3으로 크나큰 상처를 입은 마을이기도 하다. 제주4․3으로 극한적인 체험을 하였다. 제2대대가 주둔하고 있었지만 무장대가 마을을 장악하고 있었다. 함덕지서는 번번이 무장대의 피습을 받았다.

주민들은 무장대의 요구에 따라 의복과 식량을 산으로 올려 보내기도 하였다. 서우봉 기슭이나 백사장은 바로 학살터였다.

이러한 아픈 체험은 바로 글을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을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그래서 함덕문인들은 모닥불을 피워 올렸다. 지푸라기를 하나 둘 모으고 주민들이 모닥불을 피워 올릴 때 새로운 삶, 새로운 공동체는 복원된다.

오랜 진통 끝에 ‘함덕문학’에 얼굴을 내미는 일은 바로 모닥불을 피워 올리는 데 한몫을 담당하는 일이다.

제주도에는 ‘애월문학’, ‘구좌문학’, ‘한림문학’, ‘서귀포문학’ 등 읍면지역에서 문학지가 활발하게 발간되고 있지만 마을 단위로 문학지가 발간된 전례는 없다.

그만큼 문학적 토양도 풍부하다는 이야기이다. 그것을 그냥 묻어두고 머뭇거리고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이야기다. 마을에서 문학회가 조직된 것은 제주문학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는 자부심도 내면에서 꿈틀거렸는지 모른다.

‘함덕문학’에 참여한 문인은 김창호·임세훈·김정희·황금여·한문용·김길언·이용규·한복섭·이지민·김수철·이용빈·부진섭·김관후 등이다. 그리고 초대작품으로 문상금·김성수·김학선 김가영·김순신·강순희 작가들의 작품도 실었다.

한문용 시인의 ‘함덕 갈매기’의 한 단락에서 뽑았다.

“함덕 갈매기, 함덕 갈매기!/ ‘부산 갈매기’ 가사 바꾼 뽕짝이/ 콧구멍을 들락거린다/ 폴짝 다름질치는 앙증스런 모습에 눈을 잃었다”

제주일보 기자  isuna@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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