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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현상, 그리고 제주
김태형 기자 | 승인 2017.09.13

[제주일보=김태형기자] 사람들은 왜 ‘손석희 뉴스’에 열광하는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논객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올해 펴낸 ‘손석희 현상-신뢰받는 언론인이란 무엇인가?’를 통해 JTBC 앵커 겸 사장 손석희가 추구하는 저널리즘을 제3자적 관찰자 형식으로 명쾌하게 짚어냈다.

강 교수는 민의를 뒤로한 채 권력을 위한 편파 보도에 매몰됐다는 비판을 받은 공영방송의 추락, 손석희 사장이 3년 전 민영방송 JTBC의 리더를 맡아 국민들이 가장 믿고 보는 뉴스를 만들어낸 시간, 여기에 YTN·MBC·KBS 해직 언론인들의 끝나지 않은 싸움 등이 같은 세월에 일어난 연속성을 일깨워주며 저널리즘이 나아가야 할 화두를 던지고 있다.

책에 적힌 내용처럼 손석희는 진보·보수라는 이데올로기적 이분법에 매몰된 언론 환경 속에서 ‘균형, 공정, 팩트, 품위’라는 저널리즘의 4대 기본 가치를 끊임없이 되새김하고 이를 직원들과 공유하면서 신뢰감을 주는 뉴스를 만들어냈다.

특히 ‘의제 설정(어젠다 세팅)’ 못지 않게 ‘의제 선택(어젠다 키핑)’의 중요성을 인식한 손석희는 한 걸음 더 들어가는 깊이 있는 뉴스를 추구하며 ‘세월호 참사’와 ‘최순실 태블릿PC’, ‘국정원 댓글부대’ 특종 보도 등의 결과물을 이끌어내 진실에 목마른 국민들을 위로했다.

사실 손석희의 저널리즘은 지상파 뉴스를 애청해온 국민들에게는 지루하고 낯선 모험이라는 부정적 평가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본질적인 저널리즘 구현을 위해 보도방송의 틀과 판을 새롭게 바꾸고, 무엇보다 끝없이 ‘팩트’를 밝혀내고 ‘본질’을 꿰뚫겠다는 일관적 자세는 언론계에 몸담은 뉴스 공급자라면 당연히 목표로 삼아야 할 지향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누군가가 ‘독립된 나라에서 독립운동하듯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한 해직 언론인들이 탐욕에 빠진 권력가들의 억압으로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현실 등을 보면 권력·자본의 틈바구니 속에서 저널리즘 실천이 얼마나 어렵고 갈 길 먼 가시밭길이란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손석희는 그래도 가야할 길이라면 뚜벅뚜벅 걸어가야 하고, 뉴스를 끝내면서 항상 ‘내일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오늘도 예전과 마찬가지로 ‘손석희표 저널리즘’의 길을 걷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동종의 언론 종사자로서 나름대로 열심히 발버둥 쳐왔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자기 합리화가 아니었는지 반성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라도 강 교수가 제언한대로 ‘손석희 저널리즘’ 확산에 동참하기 위해 최소한 정도를 걷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잡기로 위안을 삼는다.

이 글을 쓰게 된 출발점이 지금 이 순간 공영방송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KBS·MBC의 총파업에 제주지역 기자와 언론 종사자까지 동참한 데 따른 지지와 응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라면 과장된 오버일까.

공정언론의 갈림길에 놓인 지금 가장 절실한 부분은 ‘연대’라 할 수 있다. 이미 제주도기자협회와 도내 9개 언론노조로 구성된 제주지역언론노동조합협의회가 총파업 지지 입장을 밝혔다. 나아가 바람직한 저널리즘 구현을 피력해온 학계에서도, 다른 매체에서도 함께 해준다면 분명 든든한 힘이 될 것이라 믿어마지 않는다.

그리고 이제는 열악한 제주의 언론 생태계에 대해서도 고민할 시점에 와 있다. 외면하고 싶고 그냥 침묵한 채 넘어가고 싶지만, 상당수 도민들이 알 만큼 알고 있고 적지 않은 분들이 “과연 언론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느냐”는 안타까움을 넘어 불신감이 커지는 게 현실이다.

그런 현실 속에서 선배에게조차 털어놓지 못할 자괴감을 겪어야 했던 능력 있는 후배들은 끝내 현장을 떠나야 했고, 그 모습을 지켜봐온 남은 이들은 자존감마저 잃어버린 ‘상실의 시대’를 보내고 있다.

누구를 탓할 수는 없다. 스스로 돌아온 길을 되짚어보고, 반성할 것은 뉘우치고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자기 성찰이 우선이다. 이제는 지역 저널리즘의 건강한 방향성을 찾기 위한 담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오늘 아침 다시 내게 묻는다. ‘당신은 얼마나 신뢰받는 기자인가?’

김태형 기자  sumbadang@hanmail.net

<저작권자 © 제주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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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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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광인 2017-09-14 10:25:08

    누군가는 이 얘기를 꼭해야 하는데...제주일보에서 해주시니 참으로 반갑고 환영합니다.
    우리나라 언론현실은 물론 제주언론 현실이 언론사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더 훨씬
    부정적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합니다..언론이 자본에 종속되어 최소한의 기능과 역할도 못한다는 현실...건강한 제주사회를 위해서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합니다..이러한 자기고백, 자기성찰의 고민이 다른 언론인들에게도 전파되길 기원합니다...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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