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자수첩
적폐 청산 대상의 오류
정용기 기자 | 승인 2017.09.13

[제주일보=정용기 기자] ‘양돈장 적폐 청산 및 개선대책.’

지난 11일 제주웰컴센터에서 열린 축산농가 환경개선 교육 제목 중 하나다. 도내 일부 양돈농가의 축산분뇨 불법배출로 드러난 각종 문제 개선 차원에서 시의적절한 제목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날은 선량한 양돈농가마저 적폐 청산 대상으로 몰고 간 하루였다.

제주특별자치도 축산과는 총 16페이지 분량 관련 교육 자료에서 11페이지에 걸쳐 적폐라는 단어를 사용해 소제목을 달았다. 또 ‘레드라인’이라는 표현까지 넣을 정도로 제주도의 강도높은(?) 문제 개선 의지를 보여줬다.

양돈농가도 양적 성장에만 치중해 온 점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악취에 시달려온 지역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려는 농가들의 자구노력도 턱없이 부족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적폐라는 표현에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김태우 양돈장냄새저감 혁신위원회 위원장은 “적폐가 뭡니까. 적폐가. 선량한 양돈농가도 있는데, 잘못한 부분은 엄벌해야죠. 하지만 적폐 청산이라는 표현으로 모든 양돈농가가 죄인 취급받아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 발언 직후 몇 초간 정적이 흘렀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농가도 있었으며, 곳곳에서는 한숨 소리까지 들렸다. 적폐라는 단어가 ‘불편함’으로 바뀐 순간이었다.

이날 교육에는 축산업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바닥에 앉아 교육을 듣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개선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주의 깊게 듣던 모든 양돈농가가 적폐 대상으로 몰린 셈이 됐다.

교육에 참석한 양돈업자 한모씨는 “지역주민들이 느끼는 피해를 돌아보게 됐다. 그렇지만 악취 줄이려고 노력하고 분뇨도 적법하게 처리하는 농가 입장에선 적폐라는 표현은 좀…”이라고 토로했다.

적폐.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이라는 뜻인데 요즘 언론은 물론 사람들의 입에도 많이 오르내린다. 많이 또 쉽게 사용되는 이 단어가 오히려 갈등의 골을 더 깊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적어도 이날은 적폐가 적절한 표현인지 의문이 앞섰다.

정용기 기자  brave@jejuilbo.net

<저작권자 © 제주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용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포토
PREV NEXT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고충처리인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서사로 25 3-5층(삼도이동, 수정빌딩)  |  대표전화 : 064)757-3114
광고·구독:757-5000  |  편집국 FAX:756-7114  |  영업본부 FAX:702-7114
법인명(단체명) : 주식회사 제주일보방송  |  등록번호 : 창간 1945년 10월1일 / 1964년 1월1일 등록 제주, 가 0001
대표자명 : 김대형  |  발행인 : 김대형  |  편집인 : 부영주   |  편집국장 : 홍성배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대형
Copyright © 2017 제주일보.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