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사람답게 사는 사회돼야
학교폭력, 사람답게 사는 사회돼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9.1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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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학교폭력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이 얼마 전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연도별 학교폭력 유형·학교급별 현황’에 따르면 제주지역 학교폭력 입건자 수는 2014년 166명, 2015년 160명, 지난해 141명으로 집계됐다. 폭력 입건자 수가 감소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학교폭력 양상은 달라지고 있다. 폭력 유형별로 보면 폭행이 여전히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엔 학교 밖 청소년들에 관련된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과 관련된 학교폭력은 관리 사각지대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점에서 대처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학교 내 학생들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관계 기관과의 협력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문제다. 학교 내 재학생이 학교 밖 청소년들에 의한 폭력 피해를 직접 신고할 때까지 학교와 교사, 교육당국이 구경만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최근 학교폭력 양상은 성인들의 조직 폭력 못지않다. 보복이 두렵고 학교가 자신들을 보호해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목격 학생들도 아예 신고를 하지 않고 피해 학생도 말하길 꺼린다. 학교와 교육당국이 신고 학생과 피해 학생들을 철저히 보호하고 도와주지 않으면 학교폭력을 근절하기 어렵다.

학교 폭력이 시·도교육청에 알려지면 승진이나 학교 위신에 지장이 생길까봐 쉬쉬하는 학교와 교사도 있다고 한다. 학교폭력은 학교와 교육당국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학교와 교육당국의 적극적인 노력이 없으면 어떤 대책도 효과를 내기 어렵다.

하지만 학교폭력은 학교와 교육당국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해외에서 나온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득 불평등이 심한 사회일수록 학교폭력을 경험하는 비율이 높다고 한다. 캐나다 맥길대의 프랭크 엘가 박사 등은 국제공중보건학회지에 실린 논문 ‘학교폭력과 소득 불평등의 관계’에서 이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학교폭력이 학생 개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구조적인 문제임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학생 개개인의 인성을 탓하는 피상적인 인식으로는 절대로 문제 해결에 다가설 수 없다. 사실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교육현장의 입시경쟁과 성적 위주 줄 세우기, 소통의 부족, 인권교육 부재가 문제임을. 또 사회전체로 확장하면 획일적인 수직문화, 서열문화가 폭력의 근원임을. 여기에 엘가 박사 등이 지적했듯이 빈부격차의 심화로 양극화가 부모 세대를 넘어 아이들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학교폭력은 치안 차원에서 해결할 일이 아니다. 우리사회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사회가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 진지한 검토를 바탕으로 성찰해야 할 것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학교’도 달라진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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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인간 2017-09-10 19:06:22
공립학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지식의 전달은 학원보다 못한데, 인성 교육은 안되고, 월급과 연금, 혜택만 많은 직장이 된 선생님을 위한 학교.

1년 내내 20~30명을 한 교실에 몰아넣으니, 그중에서 왕따가 생기는 것.
또한, 아침/저녁 조례할때만 10분 보는 담임이 무슨 인성 교육을 한다는건지..쯔..
대학처럼 강의별로 강의실을 두고, 학생들이 잘 가르치는 선생님을 선택할 수 있게 해야한다.
학교 선생님의 철밥통을 깨지 않는한. 학교는 가성비 최악의 기관으로 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