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충병 대책, ‘선택과 집중’전략 세우길
재선충병 대책, ‘선택과 집중’전략 세우길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9.0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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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가 그제 ‘한라산국립공원 소나무 재선충병 정밀방제’ 용역 중간보고회를 열었다. 이와 함께 백가쟁명(百家爭鳴)식으로 되는 말 안 되는 말, 다 떠들어보는 소나무 재선충병 ‘완전 차단’을 위한 토론회도 개최했다.

용역진은 한라산 내 소나무 재선충병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방제활동이 이뤄지고 있으나 일부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보고했다. 예산 부족으로 한라산국립공원내 미방제 구역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또 재선충병으로 인한 고사목 제거와 관련해서는 “소나무 재선충병 발생지역 가운데 올해 고사목을 제거하지 않은 구역에서 소나무 재선충병이 재발한 모습이 관찰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동안 제주도가 1500여 억원을 투입해 방제작업을 하고 200만그루 가까이 고사목을 베어냈다고 하는데 지금 용역진의 보고를 보면 말짱 헛일을 해왔다는 말 아닌가.

소나무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는 100% 고사한다. 특히 이를 방치할 경우 기하 급수적으로 확산된다. 이 때문에 고사된 소나무를 그 해 안에 방제해야 하는 것은 교과서다. 그런대도 불구하고 미방제 구역이 발생하고 올해 고사목을 제거하지 않은 구역에서 재선충병이 재발하고 있다니 방제 사업의 총체적 부실이 의심된다.

소나무 재선충병의 확산은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가 소나무재선충을 몸에 지닌채 이동해 다른 나무에 옮기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솔수염하늘소의 생태를 보면 보편적으로 1년에 100~200m의 이동 범위를 보이며 태풍 등의 영향으로도 그 범위는 1~2㎞를 넘지 못한다. 1988년 부산에서 발생된 소나무재선충병 생활사에 따르면 최소 몇백년에서 몇천년이 소요돼야 서울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했으나 불과 20여 년 사이에 전국 각 지역에 확산됐다.

이렇게 빠른 확산에 대해 관련 학계에서는 상당부분이 소나무재선충이나 솔수염하늘소 등의 자력에 의한 발생 확산이 아니라, 사람에 의한 감염목의 부실관리에서 비롯됐다고 보고하고 있다. 재선충병 확산이 생태적인 부분이 아니고 인위적인 것이라는 얘기다.

제주도의 재선충병 확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라산 국립공원지역에 사람(차량 등)들의 출입을 전면 차단하지 않고는 ‘재선충병 완전차단’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여기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제주도의 재선충병 대책은 ‘선택과 집중’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반드시 지켜야할 국립공원 지역, 문화재 주변, 소나무 군락지 등을 선택적으로 방제하는 재선충병 차단 전략을 검토해보아야 한다.

이런 선택과 집중이 없이 막연하게 2020년까지 제주도 재선충병 ‘완전차단’이라는 목표를 추진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하는 격이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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