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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도 아는 농장주만 모르는 ‘돼지적폐’
정흥남 논설실장 | 승인 2017.09.07

[제주일보=정흥남 기자]

‘고문관’

군대를 다녀 온 남자들은 적어도 한 가지 이상씩은 이 고문관에 대한 ‘추억’을 간직한다. 고문관의 사전적 의미는 자문(諮問)에 응해 의견을 말하는 직책을 맡은 관리쯤으로 정리된다. 단어만 놓고 본다면 흠잡을 곳 없는 말이지만, 현장에서 고문관은 늘 동료 또는 같은 조직원들을 피곤하게 만든다. 적어도 1980년대 이전 군대에서는, 물론 지금도 그럴지 모르지만.

군대에서 이 말은 기피의 대상자로 통용됐다. 그런데 그 고문관이라는 친구는 약속이나 한 듯 부대 마다 꼭 한두 명씩 있다. 이들 때문에 동료들은 시도 때도 없이 ‘좌로 굴러, 우로 굴러’에 이어 ‘앞으로 취침’과 ‘뒤로 취침’을 반복하고, ‘선착순’소리에 군화바닥이 닳도록 연병장을 뛰면서 요즘말로 개고생 했다.

최근 제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축산폐수불법 배출 사건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고문관이 연상된다. 한편에서 보면 고문관은 낭만적 냄새라도 풍기지만 제주양돈은 솔직히 참기 어려운 악취를 풍기는 지탄의 대상이 됐다. 이유는 단순하다.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선량한 이웃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물론 이에는 청정축산지위 유지라는 실체조차 불분명한 정책으로 양돈 산업을 옹호하고 지원해 온 지방정부의 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

#주민들 뼛속까지 고통

한림은 제주 양돈산업의 메카다. 1950년대 후반부터 이 지역에선 현대식 방법으로 돼지를 사육하기 시작했다. 제주지역 300곳에 가까운 양돈농가 가운데 100곳 넘는 양돈장이 모여 있다. 그런 한림에서 주민들이 피켓을 들고 양돈농가들을 규탄했다. 지난달 말 수백명의 주민들이 한림읍사무소 마당에 집결했다. 지역 양돈농가들의 거듭된 불법 폐수배출과 악취발생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최근 3년간 가축분뇨 무단 배출이나 살포 기준 위반 등 혐의로 자치경찰에 적발된 경우만 해도 70건이 넘어선다. 불과 며칠 전 한림의 한 석산에서 발생한 가축분뇨 유출사태는 도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현재 진행형이다. 축산폐수 불법배출은 잊을만하면 도지는 고질병이다. 최근 전개되고 있는 제주 양돈산업의 만신창의는 오래전에 도진 ‘적폐’다. 대표적인 게 축산악취다. 제주 양돈농가 가운데 상당수는 아직도 제대로 된 악취저감시설을 갖추지 않은 채 한곳에 수백 또는 수천마리씩 돼지를 사육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양돈농장 인근공기는 악취가 점령할 수밖에 없다. 축산악취는 축산폐수와 불가분의 관계다. 단속의 고삐를 쥔 제주도는 ‘강력대응’이라는 공허한 구호만 외친다. 그러는 새 양돈장 인근 주민들은 뼛속까지 스며드는 고통에 몸서리친다.

사육장의 돼지들도 아는 것은 농장주는 모른다.

#지방정부 제역할 못해

지난연말 축산악취에 견디다 못한 애월 고성·광령 주민들은 육지산 돼지고기의 제주반입을 허용해야 한다면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제주도는 2002년부터 돼지열병 백신을 접종하는 타지방 돼지고기의 반입을 차단하고 있다. 이는 돼지열병 비백신 청정지역을 유지해 제주산 돼지고기의 대외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다. 그런데 제주산 돼지고기 해외진출은 끊긴지 오래다.

대신 국내에선 최고의 호시절을 보내고 있다. 이유는 다름 아닌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제주의 청정환경이라는 자원 때문이다. 그런데도 제주 양돈산업은 지금의 제주 청장환경을 지키기 위해 희생하고 노력해 온 이웃에 보답은커녕 되레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답하고 있다. 배신이다.

이에 분노한 주민들이 들고 이어선 게 헌법소원이다. 지방정부가 왜 최소한의 역할도 못하는 양돈산업을 보호하느냐고 따지는 것이다. 이러는 새 최근엔 수천t의 축산폐수를 숨골로 흘려보내는 사건까지 터졌다. 지표에서 지하로 물이 스며드는 구멍인 숨골로 축산폐수가 유입되면 지하수가 오염될 수밖에 없다. 그런 지하수를 선량한 도민들은 음용수로 마셨다.

일부라지만, 지금 제주 양돈 산업은 배반의 길로 가고 있다.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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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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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 2017-09-08 10:50:45

    오랫동안 지속돼온 이런사태의불법은 상식적으로 ,공무원또는 시.도 의원 들의 묵인없이
    지속되진 못했을거라는 개인 생각이다.
    이런사건이 재발되지않기위해서는 특검에의한 대대적조사를 함으로 다시는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국토의폐허화를 조장하는 불법이 되풀이되는것을 막을수있을것이다
    또한 비효율적 이유를 내세워 외지돈육의 반입을 철저히 막고있는 현실태의 음흉한결탁을 근원까지 파헤쳐 처벌해야만 할것이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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