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맞은 중학생들
폭탄맞은 중학생들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7.09.06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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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부남철기자] D-70. 오늘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 걸려질 숫자이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오늘로 70일 남았다. 어제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한 마지막 공식 모의평가가 치러졌다.

내일이면 올해 수능원서 접수가 마감되고 오는 11일부터는 각 대학별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된다. 본격적인 대입이 시작되고 있다. 대입은 매년 되풀이 되는 일이면서도 가족들 가운데 수험생이 있든 없든 전국민이 이목이 집중된다.

수능은 1994학년도부터 도입돼 벌써 24년이 됐다. 이전에 시행되던 학력고사가 교과서를 무조건 암기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며 이를 개선하고 통합적인 사고력을 측정한다는 취지에서 전격적으로 도입돼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세월이 흐르면서 사회와 교육현장은 변화했고 이에 따른 수능의 문제점과 변화 방향에 대한 요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2013년 수능 체제 개편을 예고하고 2015년 9월 새로운 교육과정을 확정하면서 올해 2021학년도 새 수능안을 발표하기로 계획했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는 수능 절대평가 확대를 목표로 내세우고 개편안을 추진해왔으나 결국 지난달 31일 수능 개편 1년 유예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은 현행 체제로 시험을 치르게 됐고, 새로운 수능은 중2가 응시하는 2022학년도 수능부터 적용된다. 여기서부터 문제는 시작되고 있다.

우선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내년부터 적용될 예정이어서 지금 중3 학생들이 공부는 개편 교과서로 하고, 수능은 기존 체제로 치르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현 중3 학생들은 수능에서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탐구(최대 2과목 선택), 제2외국어/한문 등 최대 7개 영역의 시험을 치르게 된다. 개편 시안에서는 수능 제외 과목이었던 물리Ⅱ/화학Ⅱ/생물Ⅱ/지구과학Ⅱ(과학Ⅱ)도 포함됨에 따라 학생들이 바뀐 교육과정과 수능 체계가 달라 혼선과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 중2 학생들은‘대형 폭탄’을 맞았다. 중 3들이 현행 체제로 수능을 치르게 되면서 선배의 ‘시행착오’를 보고 입시전략을 짤 수 있는 비교적 여유로운 상태였다가 하루아침에 개편 수능 시험을 처음 치러야 하는 처지로 바뀐 것이다. 애초 교육부가 제시했던 수능개편 시안은 백지화됐지만 개편의 핵심이었던 절대평가 확대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어서 중3의 혼란을 중2가 고스란히 물려받게 된 셈이다.

중2가 겪어야 하는 입시제도 변화는 수능만이 아니다. 제주도의 중2들은 고교입시에 있어서도 혼란을 겪게 된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고등학교 입학 연합고사가 폐지되고 중2 학생들은 내신 성적만으로 고교 입시를 치른다. 한 마디로 ‘헬 세대’가 돼 버렸다.

김용신 정의당 정책위의장은 교육부의 수능 개편 유예가 발표된 날 논평에서 “이번 결정으로 불확실성이 커졌고, 혼란이 가중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중3 학생들은 대한민국 교육 역사상 교육과정과 수능이 불일치하는 첫 번째 세대가 됐고 중2 학생들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에 고등학교 진학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예한다고 좋은 결론을 만들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며 “입시 제도의 특성상 여러 이견과 유불리가 원만히 조율될까 싶다. 유예가 가장 나쁜 경우의 수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기자도 중 2 딸이 있다. 딸은 고입을 앞두고 매일 매일 내신성적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대입에 대해서는 인식을 못 하고 있다.

수능 체제 개편안이 첫 적용 세대가 된다는 것을 알면 딸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는 안 봐도 뻔하다. “어른들이 다 그렇지 뭐. 우리만 고생하라는 거지…”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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