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있어야 자존심을 지킬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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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9.05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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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 제주국제대학교 특임교수 / 국제정치학 박사 / 논설위원

[제주일보] 북한이 전 세계적인 경제제재에도 굴복하지 않고 미국과 한국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호전적인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공개적으로 무력사용을 암시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미국을 계속 위협하면 ‘불과 분노’(fire and fury)를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에 대한 반응으로 북한은 “중거리탄도미사일(intermediate-range ballistic missile) ‘화성-12형’으로 괌 주변 포위사격 작전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북한 김정은이 괌 포위사격을 고려하기 전에 “미국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긴장이 다소 완화되자 트럼프는 김정은이 “매우 현명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했다”며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파국적이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다시 북한이 8월 29일 오전 일본상공을 넘어가는 중거리 탄도미사일(intermediate-range ballistic missile)을 발사하면서 더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남북한 사이에는 1950년 발발한 한국전 이후 최대의 긴장상태가 조성되고 있다.

그러면, 한반도에 전쟁이 임박하였는가?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전쟁은 손익계산을 하여 손실보다 이익이 크다고 판단할 경우에 일어난다. 현재,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어떤 국가도 승리자가 될 수 없으며 막대한 손실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특히, 북한의 멸망은 보장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전쟁발생의 위협이 전혀 없는가? 그렇지 않다. 전쟁이 꼭 이성적으로 계획된 상태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발적인 교전이 악화되어 대규모의 전면적인 전쟁이 시작될 수도 있다. 전쟁은 오인, 오판으로 시작된다.

적국의 의도를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상대국가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하는 경우가 많으며 승리할 수 있다는 잘못된 판단으로 전쟁이 개시될 수 있다. 과거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하여 미국과 전쟁을 개시한 것은 오판이었다.

미국이 전쟁을 확대하지 않고 조기에 휴전협정을 맺을 것이라고 일본은 판단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예상과 달리 미국은 총력전으로 일본을 멸망시키고 제2차 세계대전을 종결시킨 주역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폭탄의 위력을 직접 경험한 나라가 되었다.

북한이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이 일본 홋카이도 지역 상공을 통과하였다. 이 미사일 발사가 일본사회에 준 여파는 매우 컸다. 주민들이 대피하였고 신칸센 열차 운행이 중단되었으며 일부 학교는 휴교했다. 핵을 경험한 일본국민들의 반응이 민감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군인들은 전쟁의 참상을 잘 알기 때문에 전쟁을 피하려하고 민간출신 참모들이 전쟁 개시 결정을 좀 더 쉽게 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사람들이 핵무기의 참상을 상상하며 끔찍할 것이라고 여기겠지만 직접 겪은 일본인들이야말로 그 잔혹함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다.

핵무기는 사용할 수 없는 궁극의 무기이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려는 이유는 핵이 정권 안정을 보장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북한 핵 폐기는 기대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북한의 핵을 제거하지 못한다면 한국도 핵을 보유하여 공포의 균형 속에서 평화를 유지하여야 할 것이다. 공포의 균형이야말로 냉전시기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으며 세계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적국의 자비심과 선의에 의존하여 우리가 존재할 수는 없는 것이다.

힘이 없다면 개인이나 국가나 자존심을 지키기 어려운 법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의 핵보유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을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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