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 운명
진실과 운명
  • 제주일보
  • 승인 2017.09.0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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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 수필가 / 제주문인협회장

[제주일보]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규정한다. 별 저항 없이 나도 그 대열에 들어섰다. 달리 이견은 없다.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노인대국’의 현실을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장수가 세간에서 축복 받았던 시대도 지났다. 노골적인 표현을 쓰자면 노인은 지금, 사회의 짐이 되어 버렸다.

인생 60년의 시대에는 50을 지나면 노인이었다. 지금은 70이 넘어도 노인이라고 보지 않는 게 세간의 상식이다.

오래 사는 게 결코 축복만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오히려 두려운 시대다. 장수하고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 그것이 의학의 의무이고 원리였다. 현재도 그렇다. 그러나 그것이 경제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비극을 낳는다. 아니 희극인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늙는다. 자연의 원리이고 우주의 진리다. 지구도 노화한다. 태양도 그렇다. 인간은 겨우 120세 전후를 한계로 그 존재를 끝낸다. 노화와 천수에 대해 여러 가지 형태로 저항이 계속 되어져 왔다. 최근 유행하는 ‘안티에이징’이라는 공부가 그것이다.

병적인 노화, 극단적인 단명을 막으려는 지향은 좋다. 80이 되면 80세 같이 보이는 게 자연스럽다. 60세이면서 80세 같으면 곤란하다. 그러나 80세 이면서 50세로 보이려고 하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늙는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죽음 또한 당연한 문화이다. 그 문화를 자연스럽게 수긍해야 하지 않을까.

꽃이 지는 걸 아쉬워하는 마음은 영원히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늘 피어있기만 하고 지지 않는 꽃은 조화와 같다. 늙음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도 뿌리가 깊다.

자연사, 평온사, 존경사, 안락사. 죽음 그 자체를 긍정하는 문화를 만드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저 편하게 죽는다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기쁘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경지에 다다라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죽음을 악이라고 보는 문화, 늙음을 굴욕으로 부끄러워하는 문화에서 벗어나는 게 우리들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고령사회는 현실의 문제가 되었다.

장수를 그저 기뻐할 수만은 없는 일이 되었다.

‘안티에이징’ 어쩌고 하며 떠들어도, 해결된 게 아니다.

누구든 노인은 인간의 진실이다. 운명이다.

행복한 노인은 적고 불행하고 초라한 노인이 많은 건 부정할 수 없다. TV를 켜면 노인들에 대한 슬픈 얘기들이 얼마든지 나온다. 그뿐 아니라 동네 공원을 산책해도 무료하게 지내는 노인들의 모습을 얼마든지 본다. 온갖 건강식품으로 현혹시킨다.

노화는 자연의 엔트로피이다. 인격 신체의 파괴이다. 생명의 산화다.

장수하는 걸 필요이상으로 미화하는 건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주일보 기자  hy0622@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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