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를 위해 만들어진 내 권리를 찾을거에요"
"언니를 위해 만들어진 내 권리를 찾을거에요"
  • 제주일보
  • 승인 2017.08.3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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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추천하는 이달의 책] 쌍둥이별-마이 시스터즈 키퍼
좌측 영화 마이 시스터즈 키퍼 스틸컷, 우측 쌍둥이 별 표지

[제주일보] “나는 아주 특수한 목적으로 태어났다. 나는 값싼 포도주나 보름달이나 순간의 흥분에 따른 결과물이 아니었다. 어떤 과학자가 귀중한 유전 물질의 특수한 조합을 만들어내기 위해 엄마의 난자와 아빠의 정자를 연결해서 태어난 것이다. 부모님이 작은 태아인 날 선택하게 된 것은 엄밀하게 말하면 내가 케이트 언니를 살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백혈병에 걸린 딸 케이트를 살리기 위해 항상 피곤에 절어 전투모드인 여자가 되어버린 엄마, 화재 현장에서조차 딸의 응급상황 콜을 받으며 고군분투하는 소방관 아빠. 케이트에게만 온 신경이 집중된 가족 사이에서 자신은 쓸모없는 존재라고 느끼며 비행청소년이 되어버린 오빠 제시. 여기에 불치병 케이트를 치료하기 위해 맞춤형 아기로 태어난 안나.

안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제대혈 기증, 백혈구, 줄기세포, 골수 등 수십 차례 기증하며 언니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시스터즈 키퍼’가 된다. 언니의 병이 재발할 때마다 병원을 들락날락하며 아픔을 참고 견디던 안나가 13살이 되었을 때 신장까지 제공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자 기증을 거부하며 유명한 변호사를 찾아가 ‘의료 선택의 권리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다.

“내 몸의 권리를 찾기 위해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끊임없는 수술과 고통, 후유증 속에 살던 안나의 소송에 맞서 엄마 사라는 케이트를 살리기 위해 재판에 응하고, 그 재판 과정 속에서 가족이 겪는 이야기를 가족 각자가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이 겪는 고통과 갈등,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 윤리의 문제까지.

내가 만약 사라의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 아들이 4살 때 수술을 한 적이 있다. 마취제가 들어가자마자 스르르 눈을 감는 아들의 모습은 두 번 다시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다.

주사가 여린 살을 뚫고 들어가는 짧은 순간에도 차라리 그 아픔이 내 아픔이길 바라는 게 엄마의 마음인데…. 고통으로 죽고 싶어 하는 케이트를 위해 안나의 신체를 이용하는 엄마의 마음도 이해가 되었고, 안나의 법정 소송은 일견 괘씸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나는 책을 다 읽을 때까지 어떤 결정도 쉽게 내릴 수가 없었다. 만약 사랑하는 내 아이가 아프다고 또 다른 내 아이에게 아프고 위험한 수술을 강요할 수 있을까.

부모로써 내 자녀의 삶과 죽음을 결정할 권리가 있을까. 내가 그런 상황이라면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안나의 입장에서 생각해봐도 가슴이 아픈 건 마찬가지였다. 언니에게 묵묵히 온갖 골수며 혈액을 기증하는 안나였지만, 인간으로써 가진 신체의 자유와 인권이 무시당하고 그럼으로써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 의미에 대한 회의감은 누구보다 컸을 것이다.

“만약 케이트 언니가 건강했더라면 난 어떻게 되었을까. 어쩌면 지상에서의 한때를 보내기 위해 누군가의 몸에 들러붙기만을 기다리며 지금도 천국이나 어딘가를 부유하고 있지 않을까? 분명한 건, 내가 이 가족의 구성원은 아닐 거라는 거다. 알겠는가, 이 자유로운 세상의 다른 아이들과 달리 나는 우연히 이곳으로 오지 않았다. 만약 부모가 어떤 이유가 있어 아이를 가진다면 그 이유는 더욱 두드러진다. 그 이유가 사라지면, 나란 존재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카메론 디아즈 주연의 영화를 먼저 보았다. 영화와는 전혀 다른 결말이라 더욱 혼란스러웠다.

개인적으로는 언니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의도된 목적으로 태어났지만 그 사실을 알면서도 언니가 마냥 좋은 13세 소녀의 자아 정체성 찾기를 내용으로 한 영화의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 책은 왜 굳이 이런 결말을 선택 했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는 ‘목적’이 끝나면 버려진다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 그로 인한 장기 이식, 맞춤형 아기 등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 윤리 문제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길 원하는 작가의 바람 때문일까? 기회가 된다면 책과 영화를 함께 보고 결말을 비교해보면서 더 많은 생각과 토론거리를 발견해내는 특별한 경험을 누려보시길 권한다.

<진승미 제주도서관 사서>

제주일보 기자  isuna@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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