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악취, 관료사회 ‘땜질처방’이 키웠다
축산악취, 관료사회 ‘땜질처방’이 키웠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8.3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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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축산악취 저감사업에 매년 수십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고 농가를 설득하고 있지만 관련 민원은 도리어 늘어나고 있다.” 지난 6월 열린 제주도의회 정례회의에서 좌남수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 한경면·추자면)이 제주도농축산식품국을 대상으로 하는 추경예산심의 때 한 발언의 일부다. 당시 답변에 나섰던 제주도관계자는 “벌칙과 지원책을 병행해 악취 저감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불과 두 달 전 제주도의 도의회 답변이 무색해 졌다. 축산악취에 견디지 못한 주민 300여명이 대규모 집회를 열어 제주도에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한림읍 이장협의회 등을 비롯한 이 지역 자생단체와 지역주민 300여명은 그제 한림읍사무소에 집결해 “축산 악취 등으로 수십 년간 고통을 받고 있으나 행정이 소극적으로만 일관해왔다” 고 외쳤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한 부녀회장은 “비양심적인 농가에서 숨골에 축산 폐수를 무단 방류해 생명수인 지하수가 오염되고 한림정수장 수질에서는 질산성 질소함량이 기준을 초과했다”고 규탄했다.

제주지역 양돈장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축산악취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악취에 시달리다 못한 주민들이 시위는 물론 악취 근절을 호소하는 숱한 민원을 제기하고 있지만 여전히 축산악취는 진동하고 있다. 양돈장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바람이 없는 날엔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집안의 모든 문들을 걸어 잠근다. 진동하는 악취를 막기 위해서다. 양돈장 인근 관광업체의 어려움 또한 이만 저만이 아니다. 관광객 한사람 끌어오기도 힘든 판에 모처럼 찾아온 귀한 손님들이 축산악취 때문에 힘들어 하는 모습 앞에선 일순간 죄인이 된다.

축산악취 민원은 매해 늘고 있다. 2014년 306건에서 2015년 573건, 이어 지난해엔 668건에 이른다. 이는 행정에 접수된 공식민원이고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다. 그런데도 행정은 여전히 근절하겠다고 입으로만 외친다. 올 들어 제주도와 제주시 및 서귀포시는 마치 경쟁을 벌이는 것처럼 앞 다퉈 축산악취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상황은 나아질 조짐이 없다. 자연스럽게 행정 불신이 나오고 축산악취의 끝이 과연 어디인가 하는 의문이 생겨난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온 데는 관료사회의 ‘복지부동’이 절대적 역할을 했다. ‘측정이 어렵다’, ‘기준이 모호하다’, 또는 ‘처벌근거가 미약하다’는 등의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지 않았다. ‘원칙’을 지키지 못한 채 당장의 어려움만 벗어나면 된다는 생각으로 미봉책에 의존한 결과다.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이웃의 고통까지 외면하는 양돈농가들의 ‘적폐’에 눈감았다. 그제 한림 집회에 참석자는 300여명에 머물렀지만, 마음으로 이들을 응원하고 이들에 호응하는 사람들은 이들에 견줄 수 없이 많다는 사실을 제주도는 직시해야 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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