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약자가 편해야 정책이다
노약자가 편해야 정책이다
  • 고권봉 기자
  • 승인 2017.08.29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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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고권봉 기자] 26일 토요일 오전 10시 서귀포시 서귀동 중앙로터리 버스 승차장.

친구들과 해수욕장으로 놀러 가는 10대 초등학생부터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대평리 집으로 돌아간다는 70대 할머니까지 많은 시민이 평소와 다름없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눈은 노선표 앞에서 초점을 잃은 채 두리번거렸고, 엉덩이는 버스가 진입할 때마다 정류소 내 의자 위에서 들썩들썩했다.

30년 만에 제주도 전역 대중교통체계 개편이 시행된 첫날의 ‘혼선’과 목적지에 맞는 버스 번호와 환승 노선 확인을 하는 ‘조바심’의 표현.

버스를 기다리는 강모 할머니(71)에게 말을 건넸다. “어디 가세요?”에 대한 대답은 “대평리로 가야 하는 데 뭘 타야 하나. 몇 번 버스가 대평리로 가는지 모르겠네.” 귀갓길을 헤매고 있는 안타까운 모습에 노선도 10여 개를 살폈다. 30대인 기자가 눈을 찡그릴 정도로 글씨가 작아 찾기 힘들었다. 버스 승차장으로 들어온 버스 운전기사에게 “대평리 가요?”라고 물었다. 다시 돌아온 대답은 “환승을 해야 한다”는 것. 강 할머니의 험난한 귀갓길이 안타까웠다.

시간은 흘러 개편 후 첫 월요일인 지난 28일 오전 8시 같은 장소.

서귀포시 신시가지에 거주하는 서귀포고등학교 학생들의 분통이 터져 나왔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서귀포고 학생들은 서귀포지선 640-1번이나 640-2번, 655번을 이용해야 하지만 이 버스들은 주거지역을 지나지 않거나 다른 마을을 우회하면서 평소 10분 걸리던 통학시간이 40분으로 늘어났다는 것.

이 때문에 상당수 학생은 645번 버스를 타고 중앙로터리에서 10분 정도 걸리는 학교까지 걸어갔다.

오늘도 노약자들은 험난한 귀갓길에, 등‧하굣길에 몸을 맡긴다. “내일은 괜찮겠지”라며.

고권봉 기자  kkb@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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