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제주 발효화장품! 뭣이 중헌디!
메이드 인 제주 발효화장품! 뭣이 중헌디!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8.29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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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창구 제주대학교 화학·코스메틱학과 교수

[제주일보] 유산균 등 각종 미생물을 활용한 발효화장품 개발 열풍이 국내·외 화장품 업계에 불어닥치고 있다. 이에 따라 화장품업계는 물론이고 한미약품과 일동제약 등 제약 업계도 발효화장품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제2의 SK2 피테라 에센스를 꿈꾸며 시장 선점에 나서는 모양새다. 아울러 제주 콩 발효 오일과 누룩을 모태로 하는 이니스프리의 발효화장품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발효(Fermentation)란 미생물 자신이 가지고 있는 효소를 이용해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으로 라틴어인 ‘Fever(끊는다)’로부터 유래됐다. 그러므로 발효화장품의 핵심적인 기술 요소는 발효에 이용되는 미생물 종균(種菌)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생물 자원은 생명공학, 식품,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 소재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경제적 기반이 될 수 있는 잠재 자원이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건강에 좋은 천연성분은 미생물 발효 과정을 거치면서 처음 성분보다 활성이 우수하거나 새로운 기능성이 나타나는 등 다양한 장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발효 기술은 서양보다는 동양에서 일반화된 독특한 유형의 바이오 기술로 우리에게는 대외 기술 경쟁력이 우수한 분야임에 틀림이 없다.

제주는 예로부터 밭곡식을 누룩으로 발효시킨 곡주(穀酒), 생선 어패류를 소금으로 발효시킨 젓갈류, 콩을 발효시켜 만든 장류, 배추의 꽃동을 이용한 동지김치, 탁배기로 발효시킨 상애떡 등 독특한 발효 음식 문화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오메기술과 고소리술 등 제주 전통주는 쌀이 넉넉지 못한 환경에서 밭곡식인 좁쌀을 이용했고 자리젓·각재기젓·고도리젓 등 특이한 생선 어패류의 젓갈은 양념용보다는 밥 반찬용이었다.

또한 특이하게도 청국장이나 고추장을 만들지 않았고 된장에 의존한 식생활을 영유했으며 된장 역시 열처리를 하지 않고 생으로 양념하는 등 독특한 음식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제주는 한치 활어를 물회로 먹기보다는 살짝 데친 한치에 생된장을 풀어서 만드는 한치냉국을 선호하고 있는데 이것은 제주의 독특한 된장 문화에 기인한다. 이렇듯 제주의 독특한 발효음식 문화는 희소성이 있는 미생물 종균 개발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제주도의 제주 화장품 인증 제도 도입은 제주 이미지만을 컨셉으로 해 제품을 출시해 오던 일부 화장품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으며 화장품 업계 역시 정식 인증 마크 획득을 통해 제품 차별화를 도모코자 동분서주하고 있다. 실제 이니스프리·LG생활건강·더페이스샵·유씨엘 등 27개사의 125개 품목이 제주화장품 인증을 받았다. 물을 제외한 제주산 원료를 10% 이상 함유하고 제주지역 화장품공장에서 생산한 화장품을 대상으로 인증마크를 부여하기 때문에 지역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그러므로 제주도는 이러한 여세를 몰아서 진정한 의미의 메이드인 제주 발효화장품에 대한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 제주산 천연원료가 함유된 발효화장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들 입장에서 보면 발효제품은 이미 친숙하지만 발효에 대한 개념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아주 모호한 이중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제주의 천연자원을 화장품에 소량 첨가했다거나 제주와는 무관한 발효 개념을 도입해 출시한 발효화장품은 진정한 의미의 메이드인 제주 발효화장품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시켜야 한다.

발효화장품 개발의 중요한 요소는 발효 미생물(발효종균)과 천연추출물(천연원료)이다. 제주 전통식품 유래 발효종균 개발을 통해 ‘제주 미생물 종균+제주 특산 자원=제주 발효화장품’이라는 정직한 개념의 메이드인 제주 발효화장품에 대한 개념 정립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은 ‘메이드인 제주 천연원료에 메이드인 제주 미생물 종균 적용’을 통한 제주에서 온 발효화장품이라는 화장품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는 제주 연구소를 운영 중인 잇츠한불 연구진들이 제주 토착 신종 미생물 8종을 개발해 자사 제품에 적용을 준비 중에 있다고 한다. 또한 제주 화장품 원료 공장을 신축하고 운영 중인 SK바이오랜드 연구진들도 제주 특산 발효종균을 개발 중이라고 하니 첫 단추는 꿴 상태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이 여세를 몰아 제주 화장품 원료 및 발효화장품 인증 제도의 추진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제주 발효화장품을 개발코자 하는 기업들의 노력과 더불어 제주 전통 발효음식 및 발효 종균 기반의 신 산업 육성에 대한 제주도와 도의회의 많은 관심과 정책 추진을 기대해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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