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바람 팔아먹는데, 똥물 똥냄새 맡다니
물 바람 팔아먹는데, 똥물 똥냄새 맡다니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8.28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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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도정시책 공유 간부회의에서 “양돈장에 대한 분뇨처리 실태를 중점 점검해서 위반행위 시 처벌받게 될 수 있도록 잘 조치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치경찰단에 대해 “(분뇨처리 위반 업체에 자치경찰이)강력 조치한다는데 반드시 그렇게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주문했다고 한다.

원 지사의 말을 보면 ‘내가 어떻게 하겠다’는 의지보다는 도청 간부들에게 양돈장 분뇨 문제에 대해 잘 처리하고, 자치경찰이 그렇게 한다니 잘 해보라는 식으로 상당히 절제되고 겸양된 표현을 하고 있다.

지금 제주지역 양돈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심각성을 원 지사가 잘 모르고 이런 말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수사(修辭)를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원 지사가 이 문제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도민 앞에 밝힐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제주도는 그동안 지하수에 대해 공수(公水) 개념을 도입해 왔다. 아무나 지하수를 이용해 ‘먹는 물’로 팔지 못하게 했다.

바람도 마찬가지다. 아무나 제주에 부는 바람을 이용해 이익을 취하지 못한다는 이른바 ‘공풍(公風)’ 개념을 도입했다. 그래서 물도 제주도에서 허가해야 ‘먹는 물’을 팔 수 있고, 바람도 제주도에 바람 이용값을 내야 풍력 발전을 할 수 있게 했다.

그렇다면 땅에서 솟아나는 물을 제주도가 팔아먹을 권리를 주장한다면 도민들이 먹는 이 물을 깨끗하게 보전해야 할 책임도 제주도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한림읍 상명리 언덕 바위 틈에서 시원한 샘물도 아니고 돼지 똥물이 나온다면 이건 물을 팔아 먹는 제주도가 책임져야 할 일 아닌가. 제주도는 시원한 물을 팔아먹고 도민들에겐 똥물을 먹으라는 건, 아니지 않는가.

두 번째로 양돈장 주변에서 발생하는 축산 악취 민원은 2014년 306건, 2015년 573건, 그리고 지난해 668건에 이르렀고, 올해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바람을 타고 번지는 축산 악취 문제는 이미 제주도 전 지역의 현안이 됐다. 바람도 제주도가 공풍이라고 주장해 바람을 팔아먹고 있다면 도민들이 청정한 바람을 누릴 권한도 제주도에서 보장해야 할 것 아닌가. 제주도는 냄새가 나든 말든 바람만 팔아먹고 도민들에게 악취 바람을 맡고 살라는 건, 아니지 않는가.

똥물, 똥냄새를 보고 맡는 도민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제주도가 축산 분뇨를 지하로 배출해 똥물이 나오는 일, 주민들이 살기 어려운 돼지 똥냄새를 방조한 ‘공범’일 수 있다고 한다. 원희룡 지사는 지금 제주도 축산의 문제점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축산 분뇨에 의한 지하수 오염, 축산 악취가 제주관광을 저해하고 제주도민 제1의 ‘공해(公害)’가 됐다. 생각을 달리 할 때가 됐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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