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고, 먹기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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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8.28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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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연철 제주대 생명공학부 교수/논설위원

[제주일보] 요즘 먹거리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누구에게나 간편하게 질 좋은 단백질과 영양분을 공급하던 계란에 살충제 계란이란 무시무시한 이름이 붙었다.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같은 전염병에 이어 축산물 위해성에 대한 논란이 큰 재난으로 다가온 것이다.

각종 언론매체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축산물 위해성에 대한 새로운 기사를 쏟아낸다. 대조적으로 정부는 위기 대처 능력에 허점을 보이며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급기야 가축 사육에서부터 축산물에 이르기까지 소비자의 불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렸다.

하지만 문제의 중심에 있는 축산업과 연관 산업에 대한 피해상황,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 그리고 향후 대처 방안은 오히려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상황이다. 2000년 이후 현재까지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소와 돼지는 390만마리에 이르고, 피해 지원액만 3조3330억원에 달한다.

2003년 이후 현재까지 조류인플루엔자로 살처분된 가금류는 8761만수, 피해지원액은 8926억원이 지원됐다. 연관 산업까지 고려하면 산업 전반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온 것이다.

축산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제주도는 큰 피해 없이 위기를 넘겨왔다. 지리적 특성과 방역에 대한 제주도정과 축산업계 노력의 성과라 할 수 있다. 그 대가로 재난상황이 반복됨에도 제주도 축산물은 안정적으로 생산과 공급이 가능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요행이 아닌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한 산업으로 발전시킬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살충제 계란 사태를 계기로 동물단체에서는 공장식 축산을 폐지하고, 동물 복지를 실현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제성을 추구하는 산업계에서는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관리가 용이한 생산방식을 통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려 한다. 공급량이 확보돼야만 현재의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동물복지농장을 확대해 사육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모든 농장을 동물복지농장으로 개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문제 해결의 핵심은 서로 다른 견해와 입장을 가지고 있는 사회 각층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상생의 방안을 찾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제주도 상황도 이와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마, 제주흑우, 제주재래흑돼지는 천연기념물로 제주도의 귀한 동물자원이다. 제주관광객 음식 선호도 조사에서 제주 흑돼지는 항상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제주산 축산물의 브랜드 가치 역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이와 같이 제주도에서 축산업은 매우 중요한 산업이며 지역사회에 크게 기여하는 산업 중 하나다. 2017년 현재 제주도내 젖소를 포함한 소는 557호 농가에서 총 3만6000두, 돼지는 284호에서 57만두, 가금류는 60호에서 173만수가 사육되고 있다(통계청). 가축 생산과 관련해서는 사료, 동물병원, 동물약품 등 연관 산업 규모도 상당하다. 도축업, 축산물 가공업, 축산물 판매업 등 도내 주요 축산물 위생관련 업체도 1000여 곳에 달한다. 주점을 제외하고 축산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일반 음식점 6000여 곳까지 포함하면 축산업과 연관 산업은 제주도 산업 전반에 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산업 이면에는 가축분뇨처리와 냄새 발생으로 인한 민원 발생 등 여러 문제점 또한 안고 있다. 축산분뇨 무단 배출이 적발되고, 악취 발생으로 지역주민에 피해를 주는 등 축산업계의 부정적인 면도 상당한 것이 현실이다. 지역주민과 생산자, 행정당국의 입장차가 너무나 큰 것도 현실이다. 축산업이 제주의 자연환경, 지역주민과 상생할 수 있는 합의를 찾아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일 것이다. 제주의 자연환경과 지역주민과 질 좋은 축산 먹거리가 상생해 살기 좋고, 먹기 좋고, 더불어 발전하는 제주가 되기를 희망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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