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 이야기
인슐린 이야기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8.27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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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희 의학박사/내분비내과 전문의

[제주일보] 지난 글에서 곡식의 주성분인 탄수화물을 설명하며 그 기본 구성단위인 포도당은 기본적인 에너지원(源)이라고 소개했다. 당을 단맛으로 느끼는 이유도 추측해봤고, 두뇌가 그것에 대해 열광하는 것은 뇌세포의 유일한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라는 점도 짚어봤다. 실제로 뇌가 원활히 활동하려면 하루에 적어도 120g 정도의 포도당이 필요하다. 이러한 중요성으로 사람을 비롯해 동물의 혈액 내 포도당 농도(혈당)는 일정한 범위 안에서 조절된다.

건강한 성인의 혈당은 평균 90㎎/㎗이다. 많은 음식을 섭취해도 보통 165㎎/㎗를 넘지 않고, 2~3일을 굶어도 55㎎/㎗ 이상은 유지된다. 식사 후 당이 높을 때는 여분의 것을 간과 근육에 저장하고, 굶어서 혈당이 떨어지면 간과 콩팥에서 포도당을 다시 만든다. 그래도 부족할 때는 근육의 단백질을 분해해 필요한 당을 충당한다. 성인이 하루 동안 소모하는 포도당은 약 250g 인데, 이 중에서 음식으로부터 직접 얻는 양은 180g 정도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는 이런 식으로 만들어 보충한다.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지휘하는 대표적인 호르몬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과 ‘글루카곤’이다. 여기서는 친숙한 ‘인슐린’에 대해서만 살펴보자.

당이 에너지로 대사되는 장소는 세포 안쪽이다. 포도당이 혈액에 있어도 세포 입장에서 볼 때는 바깥이라 이용할 수 없다. 이때 포도당이 세포막을 통과해 안쪽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주는 것이 인슐린이다. 그냥 통과시키면 되지 왜 이렇게 복잡하냐고 할지 몰라도 이것은 매우 중요한 장치다. 만약 이런 통제가 없다면 음식을 먹었을 때 포도당이 흡수되는 장과 가까운 세포는 다량의 당을 사용할 수 있는 반면에 멀리 떨어진 세포일 수록 당을 이용하는 데 불리해진다. 즉, 인슐린의 역할은 ‘포도당 통로’를 조절해 필요에 따라 세포의 포도당 흡수를 통제하고, 이를 통해 여러 조직에 분배하는 것이다.

인슐린의 두 번째 역할은 장관에서 흡수되는 포도당을 간과 근육세포로 재빨리 저장시켜 과도하게 혈당이 증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으로 인슐린은 식사 후 급격하게 올라가는 혈당을 완충하고 굶주릴 때 필요한 에너지를 비축한다.

이렇게 중요한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작용을 잘 하지 못하면 병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와 관련된 당뇨병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설명하겠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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