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죽음을 맞은 어린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일
부모의 죽음을 맞은 어린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일
  • 제주일보
  • 승인 2017.08.22 18: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은숙. 서울가정법원 상담위원 / 숙명여대 가천대 외래교수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데 아이들이 부모의 죽음을 경험하면 주변 어른들은 걱정한다. 죽음을 이해하기에 너무 어린데 죽음을 알리게 되면 혹시 이해할 수 없는 생각 때문에 더 큰 부담을 느끼게 하는 건 아닌지 두려워 한다. 아이에 따라 어떤 아이는 슬픔이 다가와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나이에 비해 어린 행동을 하기도 한다.

심리학자인 네기(Maria Nagy)는 아이가 죽음을 어떻게 인지하는 지에 대해 연구했다. 이 연구에서 아이는 다음의 질문을 반복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죽음이란 무엇일까?’, ‘사람은 왜 죽는 걸까?’, ‘죽은 사람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나며, 어디로 가는 걸까?’

초등학교에 입학 하기 전 아이들은 대부분 죽음이 끝이 아니라고 믿는다. 잠들었다 다시 깨어난다고 믿는다. 혹은 어디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장례식을 치르고 난 후 “할아버지 언제 다시 돌아와?”라고 묻기도 한다. 이때 비록 아이가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할아버지는 돌아가셨기 때문에 이제 다시 돌아올 수 없어”라고 설명해 주어야 한다.

초등학생 정도가 되면 죽음은 신체적 생명의 종결을 의미한다는 것을 대부분 알게 된다. 이 시기 아이들에게 죽음은 고통스럽고 무서운 사건일 수 있다. 이때 회피나 핑계는 실제 상황을 더 솔직하게 다룰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게 된다. 남녀노소 누구나 겪어야만 하는 보편적이고 필연적인 과정인 죽음에 대해 아이에게 진심을 가지고 조용히, 온화하고 부드럽게 접근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어. 그 누구도 결정적인 해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 네가 생각하고 있는 걸 내게 이야기해 줄 수 있겠니?’ 이런 말은 아이의 마음을 한결 편안하게 할 수도 있다.

미성년 후견제도란 친권자인 부모가 모두 사망하거나 친권을 상실하는 경우 미성년자의 보호와 복리를 위한 것이다. 이 제도는 후견인이 친권자의 역할과 임무를 대신하도록 했다. 2017년 5월부터 서울가정법원은 법원 심리상담위원들이 후견 가정을 방문하는 ‘찾아가는 심리상담’을 시작했다. 필자도 그 상담에 임하고 있다. 그리고 이 제도가 생기기 전에도 여타 법원에서 친권을 갖고 있던 부모가 사망해 변경이 이뤄질 때 자녀들의 심리적 안정과 애도 과정을 돕기 위해 가사상담이 의뢰되고 있었다. 부모의 죽음을 경험하고 양육환경이 변경되는 자녀들 그리고 그런 자녀를 양육하게 될 후견인들을 상담할 때 다음의 사안들을 고려하고 있다.

▲생존 부모가 있을 때는 친권자 지정도 고려해서 가사상담이 진행된다. 생존 부모와 면접교섭이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다. 명칭만 친부모였을 뿐, 실제 자녀와 접촉한 시간은 거의 없었던 부모이므로 초보 부모의 역할 코칭부터 시작해야 한다.

▲자녀의 미성년후견인이 되겠다는 후보자는 대부분 친권자의 부모형제이다. 그들과 자녀 사이의 유대 관계를 면밀하게 파악해야 하며, 미성년후견 후보자의 ‘자기보다 앞서 사망한 자녀의 부모’에 대한 애도를 잘 다뤄야 한다. 미성년후견 후보자의 슬픔이 넘칠 때, 자녀들은 그 슬픔에 압도당해 자신들의 슬픔은 잊은 채 미성년후견 후보자의 슬픔을 달려주려 하다 보면 애어른처럼 살아갈 수 있다. 미성년후견 후보자가 건강해야 자녀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미성년후견 후보자의 애도 과정을 함께 하며 자녀에 대한 양육 코칭, 양육의 짐 다루기가 병행되어야 한다.

▲미성년후견 후보자가 조부모일 때 자녀들은 조부모의 노쇠로 인해 다시 죽음을 경험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크다.

▲보험금 등 어른들 사이의 돈 문제로 인한 갈등이 빚어질 때 자녀들은 또 다른 이별을 경험할 수도 있다.

▲법원의 판결만으로는 자녀들의 삶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 가사조사 혹은 가사상담을 통해 심리전문가가 자녀들의 삶에 실천력을 동원한 따뜻한 동행인이 되어야 한다.

 

제주일보 기자  hy0622@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