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로처럼 쓰이는 배수로의 딜레마
농로처럼 쓰이는 배수로의 딜레마
  • 현대성 기자
  • 승인 2017.08.22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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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 사이 난 배수로 농민들의 통행로로 활용돼
21일 오전 제주시 외도1동 인근 우수박스가 샛길로 우수를 그대로 흘려보내고 있다. <임창덕 기자 kko@jejuilbo.net>

[제주일보=현대성 기자] 21일 제주시 외도1동 967번지 인근. 시멘트 포장이 된 샛길을 달리는 트럭 밑으로 끊임없이 물이 흐르고 있었다. 

물길을 따라 샛길 끝까지 올라가 보니, 짧게 설치된 우수 박스(우수를 흘려보내기 위해 만든 사각형 모향의 인공수로)가 샛길로 우수를 그대로 흘려보내고 있었다.

이 우수는 샛길 아래쪽 끝 하수구까지 그대로 흘렀고, 이 때문에 이 곳을 통행하는 농민들이 불편함을 겪었다.

농민 김모씨(55)는 “이 샛길 양 옆으로 예전에는 논농사를 지었고, 지금은 밭과 과수원 등으로 활용돼 농민들이 많이 통행한다”며 “비만 오면 길 전체가 물바다가 돼 다니기 힘든 상태가 된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주변 밭으로부터 유실된 토사와 각종 쓰레기가 하수구를 막아 물이 아래쪽 밭까지 범람하기도 일쑤”라며 “여러 차례에 걸쳐 주민센터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해결되는 것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외도1동 967번지 인근에 위치한 이 샛길의 지목은 ‘암거(暗渠·철도나 도로 등의 아래에 인공수로를 만들기 위해 매설하는 구조물)’. 샛길의 지목이 ‘암거’인 만큼 본래 이 샛길은 배수로로 활용돼야 한다.

하지만 밭과 과수원이 밀집한 지형에 난 유일한 샛길인 이 곳을 농민들이 자주 사용했고, 행정당국은 농민들이 이 샛길을 자주 이용하자 편의를 위해 이 농로에 시멘트 포장을 실시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이 샛길은 ‘농로’도 ‘배수로’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외도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본래 용도라면 배수로로 쓰여야 하는 것이 맞지만 주민들이 많이 사용하는 길이니만큼 주민 분들의 불편 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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