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바탕으로 학생 개개인이 행복한 운동해요”
“자율 바탕으로 학생 개개인이 행복한 운동해요”
  • 신정익 기자
  • 승인 2017.08.21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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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학교 스포츠클럽-모두가 주전이다 (4)경쟁에서 재미와 즐거움으로
지난 18일 서귀포중 1학년 2반과 7반 학생들이 점심리그 경기를 벌이고 있다.

[제주일보=신정익 기자] “아이들이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의 중심이 되는 것이 학교 스포츠클럽 활동의 진정한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짜 놓은 프로그램 속에 아이들을 편입시키는 것은 학생 중심의 스포츠클럽이라고 할 수 없죠.”

서귀포중 양덕부 교장은 학교 스포츠클럽의 궁극적 목표는 ‘학생 개개인이 행복한 운동’을 하는 데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교장의 얘기처럼 서귀포중 스포츠클럽 활동의 핵심은 ‘자율’이다.

‘1학생 1스포츠’라는 기본 얼개 속에서 스포츠클럽 구성과 경기일정, 심판, 사후평가와 홍보 등 일련의 과정을 학생들 스스로 진행시키는 단계에 까지 이르고 있다.

서귀포중에서 운영하는 스포츠클럽은 축구와 농구, 족구 계주 등 4개 종목이다.

 

#“다양한 친구들과 어울려 최고”

지난 18일 낮 서귀포중 운동장에서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축구경기가 한창이었다. 1학년 2반과 7반이 ‘Lunch League(런치리그)’를 벌이는 것이다. 2군 학생들 경기라 ‘뻥축’ 장면도 자주 나온다. 헛발질도 예사지만 경기에 대한 집중력만은 국가대표급 수준이다.

전‧후반 15분씩 경기에서 2대2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양팀은 승부차기에 들어갔다. 특이한 것은 11명의 선수가 모두 키커로 나선다는 점이다. 엘리트 선수들로 구성된 팀에서는 볼 수 없는 ‘황당한’ 킥이 심심찮게 나온다. 축구공보다 운동화가 더 멀리 날아가는, 만화에서나 나옴직한 장면도 연출된다.

그래도 골이 들어가면 골대 주변에 있던 반 친구들은 아낌없는 함성을 지른다.

이날 경기에서 MVP로 뽑힌 김우진 학생은 “스포츠클럽을 통해 다양한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때 유소년클럽에서 축구를 했지만 과학자가 되는 게 꿈이어서 축구를 접었다는 김우진 학생은 “중학교에 진학해 스포츠클럽 활동을 하면서 공부와 축구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18일 서귀포중 1학년 학생들이 점심리그 경기에서 승부차기를 하는 반 친구들을 응원하고 있다.

#소외되는 학생 없는 수준별 리그

서귀포중 스포츠클럽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수준별 리그를 운영해 모든 학생들이 경기에 참가해 화합을 다진다는 점이다.

선수를 구성할 때 1군과 2군으로 나눠 경기에서 소외되는 학생을 없게 한다는 것이다.

스포츠클럽의 슬로건인 ‘All For One, One For All’처럼 주전과 후보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가 경기에 주역이 되는 클럽활동을 지향한다. 그래서 자신이 경기에 투입되지 않아도 스탠드에서 응원으로 함께 뛰는 모습을 보여준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들까지 함께 응원하고 격려하는 과정에서 돈독한 유대관계가 형성되고 사제동행을 통해 교사와 학생 간 신뢰가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

서귀포중은 올해부터 점심시간을 종전 60분에서 70분으로 늘려 스포츠리그를 운영하고 있다.

승리를 위한 경기가 아니라 즐겁고 건전한 점심문화를 형성하고 경쟁에서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면서 학교 스포츠축제의 장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스포츠클럽을 담당하고 있는 강요한 교사는 “점심리그에서 처음 주전으로 뛰는 학생이 많다”며 “이들은 자신도 주역이 되고 관심을 받는 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끼면서 학교생활에서도 긍정적인 모습으로 적응한다”고 말했다.

 

#스포츠기자단‧봉사단 활약 ‘톡톡’

이날 운동장에서 만난 강민혁 학생(1)은 스포츠기자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스포츠기자단은 말 그대로 스포츠클럽의 경기 소식을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의 활동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경기마다 MVP를 선정하는 것이다. 경기가 끝나면 기자단이 모여서 해당 경기에서 가장 큰 활약을 한 선수를 뽑아 인터뷰를 한 후 교내 TV를 통해 소개한다.

또 페이스북 등 SNS에도 동영상을 올려 경기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일조를 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활동들이 모두 ‘자율’이라는 큰 원칙 아래서 이뤄지고 있다.

경기 진행 전반은 스포츠봉사단의 몫이다. 10명의 학생들로 구성된 스포츠봉사단은 경기 운영과 심판 배정, 리그대회 준비 등을 차질없이 수행한다.

학생들 경기에 학생들이 심판을 보는 과정에서 불만도 있을 법하지만, 판정에 대해서는 철저히 승복한다.

자율적인 스포츠클럽 운영이라는 큰 틀 속에서 정해진 룰을 따르면서 결과에 승복하는 시민정신의 기본을 운동장에서 배우는 셈이다.

스포츠클럽 활동이 정착되면서 학교폭력 등 문제행동이 크게 줄고 장기결석 학생이 없어진 것은 자연스럽게 따라온 긍정적인 효과다.

 

신정익 기자  chejugod@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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