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은 '소비자 신뢰'도 죽였다
살충제 계란은 '소비자 신뢰'도 죽였다
  • 정용기 기자
  • 승인 2017.08.20 17: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일보=정용기 기자]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는 소비자들의 신뢰마저 살(殺)해버린 꼴이 됐다.

지난 16일 제주에선 살충제 계란 관련 전수조사를 실시한 지 하루 만에 문제가 없다며 판매를 재개했다.

하지만 경기, 경남 지역에서 유입된 살충제 계란이 발견되면서 소비자들은 당황했고 혼란에 빠졌다. 이에 안전하다던 제주산 계란마저 환불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바퀴벌레를 죽이는데 쓰이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계란이 제주에서도 판매됐다고 하니 민심은 정부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도내 대형마트 관계자는 “제주산 계란은 괜찮다고 하더라도 국내 곳곳에서 살충제 계란이 발견되니까 정부 발표도 못 믿게 되고 계란이 믿고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된거죠”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살펴보면 계란이 들어가지 않는 음식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대표 간식인 과자는 물론 빵을 만들 때도 계란이 들어간다.

도내 프랜차이즈 빵집이 쓰는 계란도 제주산은 극히 일부다. 대부분 육지에서 생산된 계란이 들어간 반죽을 들여오고 있으며, 점차 증가하고 있는 김밥 프랜차이즈도 계란지단 등의 속재료를 육지에서 만들어 가져온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자사가 쓰는 계란은 정부의 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문구 정도로 안내를 대신하고 있다. 여전히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또 살충제를 쓰는 곳이 양계농가 뿐인가라는 의구심도 지울 수가 없다. 살충제 계란 사태로 정부와 농가, 유통업체 등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바닥으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계란 관련 제품의 소비 감소는 현실화됐다. 살충제 검출 여부 판명과 해당 제품의 환불 안내는 급한 불끄기에 지나지 않는다. 방지대책 제시가 동반돼야 한다.

“도대체 뭘 믿고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한 주부의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정용기 기자  brave@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