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은 고사하고 화장실도 제대로 못써”
“목욕은 고사하고 화장실도 제대로 못써”
  • 현봉철 기자
  • 승인 2017.08.17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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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급수 열흘째 제주시 서부 중산간 주민들 불편
17일 오후 제한급수가 이뤄지고 있는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의 한 식당에서 업주가 다음날 단수를 대비해 식당에서 쓰일 물을 받고 있다.

[제주일보=현봉철 기자] “요번에 비가 왔는데 택도 없다네요. 제한급수가 계속된다니 걱정이 태산입니다.”

17일 격일제 제한급수가 이뤄지고 있는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에서 식당을 하는 최성희씨(51·여)는 기약도 없는 제한급수 때문에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며 한숨을 토했다.

지난 7일부터 격일제 급수가 시행되고 있는 이 마을에는 짝수일 저녁만 되면 단수가 되는 다음 날 쓸 물을 받기 위해 한바탕 전쟁이 벌어진다.

각 가정에서는 전날 받은 물을 음식을 만들거나 설거지에 사용할 수 있을 뿐 빨래나 목욕은 고사하고 화장실도 제대로 못가고 있는 실정이다. 빨래나 목욕은 인근의 친척집 등을 방문해 해결하거나 제주시내 목욕탕이나 빨래방을 이용하기도 한다.

강홍수 유수암리 상동 노인회장(76)은 “제한급수가 길어지면서 주민들도 큰 불편을 겪고 있다”며 “비가 내리기만 바라면서 하늘만 바라볼 뿐”이라고 말했다.

제한급수로 음식점이나 카페, 숙박업소 등을 영업활동에 타격을 입고 있다.

식당과 카페 등은 대형 물탱크와 전기펌프를 설치하고 물을 받아 둬도 화장실과 음식 조리 등에 사용하는 데 부족한 경우가 많다.

TV 요리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탄 음식점 등 일부 음식점과 카페 등은 아예 제한급수 기간 영업을 중단했다. 또 단수가 이뤄지는 날에는 영업을 중단하고 급수가 이뤄지는 날에만 영업을 하거나 오후 영업을 중단하는 음식점과 카페 등도 늘고 있다.

유수암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최성희씨(51·여)는 “제한급수가 이뤄지면서 손님들이 화장실 이용 등이 불편하다며 예약을 취소하는 등 매출이 30% 감소했다”며 “제주도는 어승생 제2수원지가 만들어지면 단수상황은 이뤄지지 않는다며 자신했는데 제한급수로 결국 주민들만 피해보는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제한급수가 열흘째 이어지면서 아직까지 주민들은 묵묵히 제한급수 정책에 협조하면 불편을 견디고 있다. 하지만 현 상황이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는 점에서 주민들의 걱정은 커지고 있다.

현재 어승생 제1저수지 저수량은 2만5900t, 제2저수지 저수량은 4만6430t으로 떨어진 상태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비가 내려 한라산 윗세오름에 물이 넘쳐 Y계곡으로 도달해야지만 제한급수 해제를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제주도 수자원본부는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제주시 서부 중산간의 제한급수는 당분간 지속돼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편 제주지방기상청은 제주도 남서쪽에서 다가오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19일부터 21일까지 제주지역에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제주기상청은 19일 낮에 비가 시작돼 저녁까지 소강상태를 보이다 이날 밤에 다시 비가 내려 21일까지 강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봉철 기자  hbc@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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