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로 욕먹는 다는 것
버스로 욕먹는 다는 것
  • 정흥남 논설실장
  • 승인 2017.08.17 15:2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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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정흥남기자] “짐은 이제 죽는다. 그러나 국가는 영원하리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프랑스 역사상 가장 유명한 군주 루이 14세.

1660년 초 루이 14세의 칙령에 따라 8인승 승합마차가 파리 시내 고정노선을 달리기 시작했다. 이것이 버스의 기원이라고 알려진다. 당시 이 승합마차는 마차 한 대를 빌려 타는 값의 40분의 1만 받고 가난한 사람들을 태워줬다. 1827년엔 18인승 승합마차가 생겨났고 몇 년 뒤 영국 런던에서도 모습을 드러냈는데 이곳에서 버스로 불렸다. 버스는 이처럼 서민의 발로 출발했다.

그런 버스가 지금 제주에선 서민의 발을 뛰어 넘어 도민들의 중추 운송수단이 됐다. 단거리뿐 아니라 중장거리를 운행하는 최적의 운송수단으로 자리를 굳혔다. 지난해 제주지역 버스 이용객은 5670만명(연인원)에 이른다. 하루 평균 제주도민 15만5000명이 버스를 타고 내렸다.

도민 4명 가운데 1명은 하루에 한번 버스를 이용한 셈이다.

제주의 버스가 대전환의 출발점에 섰다. 일주일 뒤엔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제주 온 섬을 달리게 된다. 가수 혜은이가 노래했던 ‘뛰뛰 빵빵’을 연상시키면서.

#‘기대’하는 도민이 더 많아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경기도 국회의원이 제주를 걱정했다.

경기도 광주가 지역구인 임종성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제주의 교통문제를 진단했다. 2011년 25만7154대였던 제주의 차량 등록 대수가 지난해 8월엔 45만8797대로 78% 급증했다. 제주의 차량 증가세는 현재 진행형이다. 하루 평균 100대에 육박하는 차량이 새로 들어온다. 올 상반기 제주지역 전체 등록차량은 50만대에 근접했다.

임 의원은 국감에서 “교통인프라 부족으로 나타나는 교통 혼잡 및 주차난은 제주도의 이미지 실추는 물론 시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임 의원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제주라는 한정된 땅덩어리에 차량이 늘면서 생긴 ‘교통망의 기능저하’ 문제는 더는 미룰 수 없는 제주의 현안이다.

이 문제를 풀 대안으로 버스운행시스템 개선이 나왔다. 역대 제주도지사가 취임 할 때 마다 버스 운행시스템을 개선하려는 시도가 이뤄졌다. 결과는 모두 흐지부지 됐다.

기득권으로 상징되는 보이지 않은 손들이 움직인 결과다. 지금도 예외가 아니다. 곳곳에서 그럴 듯한 비아냥거림이 나온다. 니편 내편으로 만들어 대립과 대결을 조장한다. ‘업자’들의 추악한 저의가 엿보인다.

분명한 점은 한편에서 아무리 씹어도, 새로 달리는 버스에 몸을 기댈 순간을 기대하는 선량한 도민들이 더 많다는 사실이다.

#시행초기 진통은 당연

버스와 택시는 경쟁 대상이 아니다.

정류장에서 출발하고 멈추는 버스와 타고 싶은 곳에서 타 자신의 집 대문 앞에서 내리는 택시는 기본적으로 성격이 다른 운송수단이다. 지하철이 절대 운송수단인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 교통체제가 이를 증명한다. 지하철이 아무리 많은 승객을 실어 날라도 버스의 영역이 있고, 택시가 영업할 장소가 있다.

물론 지하철 개통으로 버스와 택시 승객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버스와 택시업계는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려고 노력했고 변신을 시도했다. 그 결과 지금은 대중교통이라는 틀 안에서 공존공영을 모색한다. 제주 버스업계에는 그동안 이런 저런 명목으로 막대한 혈세가 투입됐다. 그런데도 운행시스템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지금에 이르렀다.

일주일 뒤엔 버스운행시스템 개편으로 제주 전역에서 파열음이 나올게 확실시 된다. 비난과 불평이 안 나오는 게 비정상이다. 그렇다고 욕먹을 일에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더러 ‘악의적 비난’도 따르겠지만, 먼저 겁쟁이가 돼선 안 된다. 문제가 나오면 고치면 그만이다. 물론 마지막 순간까지 문제될 될 영역을 찾아내 잘못을 고치는 노력을 멈춰선 안 되겠지만.

진통이 따르지 않는 개혁은 개혁이 아니다.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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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2017-09-05 09:10:33
제주는 자가용이 일반화 되어서 버스체계 개선에 따라 불편한 점이 많다고 여론이 안좋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시간이 지나 정착되면 서울과 같이 편리하게 자리잡을 것입니다. 지금 불편에 불평하고 아량이 없다면 영원히 과거에 묻혀 사는 것이지요.

큰엉 2017-08-28 09:55:18
모름지기 사회의 공익언론이라면 욕먹더라도 알릴것은 알리고, 옳은것은 옳다하고, 그른것은 그라다고 말하는 살아있는 언론상, 더 나아가서 사회 리더라면 이러한 바른 이야기를 용감히 피력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