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애호가들의 항변
담배 애호가들의 항변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8.15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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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용. 수필가·제주동서문학회장

[제주일보] 얼마 전 지인의 연세 지긋한 부친께 건강 비결을 묻자 서슴없이 담배라고 했다. 80여 년을 하루에 세 갑 이상 피운다고 한다. 오히려 담배가 없었으면 심신을 달래지 못해 스트레스로 일찍 죽었을 것이라며 지금은 너무 오래 살아서 걱정이란다. 며칠 전에는 또 다른 지인의 부친이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담배를 끊자 금단 현상으로 간식을 자주 하게 되면서 몸무게가 불어나더니 살을 빼려 운동을 마치고 주무시다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생을 마감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담배만 끊지 않았더라면 좀 더 장수를 했을 것이라고 한다.

모든 것은 체질로 가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노동자들이 잠시 쉬는 시간에 한숨을 고르며 담배 한 개피 피우는 맛이야 말로 무엇에도 비교할 수가 없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담배 연기 속에 고달픈 영혼을 날려 보낸다는 것이다. 담배는 대체로 힘든 노동을 하거나 심적으로 힘든 사람들이 즐긴다. 죽을지언정 담배는 끊을 수 없다는 애호가들의 말이 이해가 된다.

그래서 어쩌면 서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기호식품인지도 모른다. 지난 정부에서 담뱃값을 100% 인상하면서 금연을 유도했지만 애호가들은 정부가 재정 확보를 위해 서민들의 피를 말리는 것이라며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쩌면 새로운 정부가 담뱃값을 낮춰주기를 고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 고대하고 있다.

담배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거의 같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담배를 재배하게 된 것은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부터 영향을 받으면서부터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피우게 됐을 뿐 아니라 외상과 정신질환, 몸 속의 기생충을 없애는 의약으로 사용했다. 특히 긴장을 할 때 담배처럼 효과적인 게 없다고들 한다. 지금도 정신병동에서는 담배 피우는 것을 허락하고 있는 곳이 있다. 그런 것을 보면 백해무익한 것만은 아니지 싶다. 지금의 담배는 유해 물질이 많아서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금연 운동은 세계적인 추세다.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금연 운동을 시작한 것은 1993년 김영삼 대통령 정부 때부터다. 필자가 기억하건데 그 전만 하더라도 택시는 물론 버스, 열차, 심지어는 비행기 안에서까지 담배를 피울 수 있었다. 영화에서 배우들이 담배 피우는 모습이 얼마나 멋지게 보였는지, 흉내내는 사람들도 많았다.

아이러니컬(Ironical)한 담배, 국민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차라리 전매청을 없애는 것은 어떨까? 애매모호한 정책에 애호가들은 애가 탄다. 아무리 좋은 음식과 약도 과하면 탈이 나듯 체질에 맞는다면 적당한 값으로 애호하게 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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