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읽고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읽고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8.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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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는 정부의 국정 철학과 정책 기조를 대내·외에 천명하고 당면 현안에 대한 기본 입장을 밝히는 상징적인 연설이다. 그러기에 매년 광복절 경축사는 국민은 물론이고 주변 국가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왔다.

우리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맞는 광복절 경축사에 주목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문 대통령이 어제 발표한 광복절 72주년 경축사는 대북(對北) 관계에서는 귀가 번쩍 뜨일 만한 내용이 없었다. 물론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또다시 전쟁은 안 된다”며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천명했다.

이 같은 천명은 한반도에서 무력 충돌 가능성 속에 군사행동의 최종 결정권이 한국에 있음을 못 박았다는 점에서 선언적 의미가 있다. 또 지난달 독일 베를린 연설에서 밝힌 ‘신(新)베를린 구상’을 재확인 하는 등 전체적으로 신중하고 차분한 기조였다.

그런데 우리가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점은 다른 데 있다.

문 대통령은 “진정한 광복은 외세에 의해 분단된 민족이 하나가 되는 길로 나아가는 것”이라며 “선열들이 건국 이념으로 삼은 국민주권을 실현해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만들자”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은 “국민주권의 거대한 흐름 앞에서 보수·진보의 구분이 무의미 했듯이 우리 근현대사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세력으로 나누는 것을 이제 뛰어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우리는 누구나 역사의 유산 속에서 살고있다. 모든 역사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고, 이 점에서 개인의 삶 속으로 들어온 시대를 산업화와 민주화로 나누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의미없는 일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역사를 결산하고 보수나 진보, 또는 정파의 시각을 넘어서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자고 제안했다. 돌이켜 보면 1960대 이후 이 나라는 ‘산업화가 먼저다’라는 측과 ‘민주화 없이는 산업화도 없다’는 측이 대립하던 시대를 거쳤다. 나라의 발전 방향을 놓고 선후(先後)의 대립이었던 이 시대의 성격을 ‘독재와 민주의 대결시대’로 단순화 하는 것은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 양 측을 모두 껴안아 새로운 100년을 가야 할 대통령이 취할 역사관이 못 된다.

그래서 우리는 문 대통령의 역사관에 관심을 갖는다. 그 취지대로 지난 역사는 뒤로 하고 미래로 가야 한다. 우리가 헌신(獻身)해야 할 일은 이 민족과 이 나라의 오늘이고 내일이지, 지난 과거가 아니다. 과거의 그림자를 바로하기 위해서라도 지금 우리가 사는 오늘을 바로하고 후손들이 살 길을 바로 뚫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과거의 빛과 그림자 속에 깃든 참다운 역사의 의미와 명령에 귀 기울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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