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웃는데, 우린 웃을 수가 없다
모두 웃는데, 우린 웃을 수가 없다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7.08.13 16: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일보=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부처님이 웃음 지으셨다(Buddha has smiled).”

43년 전인 1974년 5월 18일 11시. 인도의 석가탄신일이었던 이날 간디 총리를 비롯한 인도 수뇌부는 이 메시지를 받고 환호했다. 파키스탄 접경 지역인 북서부 라자스탄 주(州)의 포카란사막에서 날아든 것이었다. 부처님의 웃음―이것은 인도의 핵실험 성공을 뜻하는 암호였다.

인도 수뇌부의 감동은 컸다. 국제적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을 거부한 채 이룩해낸 ‘개가(凱歌)’였기 때문이었다. 1947년 독립했으나 1962년 중국과의 전쟁에서 참패해 거의 구걸하다시피 정전 협정을 맺었다. 이후 중국 및 파키스탄과의 끊임없는 국경 분쟁과 전 세계적인 냉전 구도 속에서 경제 발전보다 핵무장을 서두른 인도.

이 성공으로 인도는 당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미·중·소·영·불 5개 상임이사국에 집중돼 있던 핵 독점 체제를 무너뜨리고 핵무기 보유국 반열에 당당히 올랐다. 이를 역사가들은 ‘인도의 웃음’이라고 한다.

▲북한 핵·미사일 사태를 보도하는 영상을 보면 북한 김정은은 큰 소리 치며 웃고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늘 밤에라도 북한을 한방에 날려버릴듯이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웃음을 짓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은 트럼프와 말싸움을 벌이는 김정은이 귀여운지 ‘씩 웃고’ 있고, 일본의 아베는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다는 식으로 ‘속으로 웃고’ 있다. 하지만 한국 증시에서는 외국인들이 1조 2000억원 어치를 팔아치우고 떠나고 있다. 지금 북한 핵·미사일 사태가 실제로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우리는 천하태평이다. 북한이 미사일로 공격하겠다는 괌에서는 미국인들이 전쟁 걱정인데 한국 관광객들은 웃고 떠들며 밀려오니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몰라 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정말 올 여름, 이렇게 웃고 떠들고 있어도 괜찮은 걸까.

▲웃음의 종류는 39개나 된다고 한다. 우선 박수치며 웃는 박장대소(拍掌大笑), 눈웃음 목소(目笑), 피식 웃는 실소(失笑), 바보처럼 웃는 치소(癡笑)가 있고, 대수롭지 않게 웃는 가소(可笑), 쓴 웃음 고소(苦笑), 비웃는 냉소(冷笑), 거짓 웃음 가소(假笑)도 있다.

웃음은 ‘히히 호호’와 ‘하하 허허’가 다르다. 조선시대 권섭(權燮·1671~1759)은 그런 웃음을 시조 가락에 실었다.

‘이봐 우습구나 우습기도 우스울사/우습고 우스우니 웃음 겨워 못 살겠네/아마도 히히 호호 하다가 하하 허허 하겠네….’

어떤 웃음이든 앞뒤 사정을 모르면 모를 일이다. 하지만 어이없는 세상사를 웃어넘기는 마음이야 예 다르고 지금 다르랴. 웃는 마음이 다 편한 것만은 아니다. 어처구니 없든, 슬퍼서 혹은 답답해 웃어넘겨야 하든 이런저런 일들이 어제 그제 잦더니 오늘도 또한 그렇다.

▲웃어넘겨 그만이면 속은 편할지 모른다. 하지만 ‘소리장도(笑裏藏刀)’라면 다르다. 마냥 웃고 있을 일만은 못된다. 병법 36계의 제10계 얘기다. 겉으로 웃으면서 속으론 이를 갈아 때가 되면 비수를 꽂는 병법, 그 ‘소리장도의 계’를 풀이하면 ‘웃음 속 칼날같은 속내’가 된다.

한국 사람들이 인도로부터 연상하는 것은 무엇일까. 한국을 ‘동방의 불꽃’으로 찬미한 시인 타고르, 마하트마 간디, 테레사 수녀 등을 먼저 떠올릴 것으로 짐작된다. 이밖에 피리소리에 춤추는 코브라, 거리를 마음대로 오가는 소, 맨손으로 밥을 먹는 국민들 등 핵무기를 가졌다고는 하지만 후진성을 면치 못한 나라라는 인식을 드러낼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것은 동전의 한 면에 불과하다. 요즘 인도와 중국 군인들이 국경에서 대치하고 있다. 중국이 전쟁을 위협하자 “이제는 1962년이 아니다”며 ‘칼을 감추고 있는 웃음’을 짓고 있다. 어떤 속내인지 모르나 지금 김정일은 웃고 있다. 미국과 중국도 웃고 있다. 일본도 속으로 웃고 있다. 모두가 웃고 있는데 우리는 웃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우리는 울지도 못한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