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딩' 세상에 알린 벽안의 식물학자, 그 발자취를 따라…
'야딩' 세상에 알린 벽안의 식물학자, 그 발자취를 따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8.1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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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동티벳을 가다 - (6)마지막 샹그릴라 야딩을 가다<2>
계곡 사이를 돌고 돌아 만나는 마지막 샹그릴라 야딩의 푸른 초원. 신이 내린 땅, 그 너머로 만년설이 쌓인 산들 모습이 서서히 나타나자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제주일보] 이곳에 오기 전 운남성 리장을 들렸습니다. 그곳에 사는 원주민들의 이야기도 있지만 야딩을 세상에 처음 알린 조셉 록(Joseph Rock)의 박물관을 들려보기 위해서입니다. 조셉 록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소속의 탐험가인 식물학자죠. 1933년 영국 작가 제임스 힐턴(James Hilton)이 발표한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에 등장하는 가상의 장소이기도 한 야딩은 제임스 힐턴이 조셉 록이 쓴 티벳 국경지방 여행기를 읽고 소설을 썼다는 설이 있답니다. 조셉 록이 방문한 마을들과 ‘잃어버린 지평선’의 샹그릴라에 대한 묘사가 유사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소설의 영향으로 샹그릴라 계곡의 위치로 추정되는 중국 서남부 고원지대를 통틀어 ‘동티벳 샹그릴라’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당시 조셉 록은 리장의 나시족(納西族)이 사는 목호촌에 살면서 머나먼 길을 걸어서 샹청~동성~피와산~르와를 거쳐 야딩을 갔다고 합니다. 지금도 나시족 마을 목호촌에는 조셉 록을 기리는 ‘조셉 록 박물관’이 있습니다.

나시족들이 모여사는 목호촌에서 한 나시족이 아이와 함께 말을 타고 마을로 가고 있다.

나시족들이 모여 사는 여강고성은 해발 2400m, 인구 35만명이 살고 있는 나시족 자치지역으로 송나라 때 만들어진 800년 역사를 가진 고성입니다. 과거 티벳과 통하던 차마고도의 주요 요충지이며 동파문(東巴文)이라는 상형문자를 사용한 것으로 유명한데, 동파문은 주로 제사장들의 주술문으로 쓰였던 고대문자로 지금도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목호촌의 집들은 작은 돌들을 촘촘히 쌓아 지었고, 길바닥도 전부 돌을 박아 깔아놔 이색적인 느낌을 주는군요. 마을 중심지 골목에 있는 조셉 록 박물관은 생각보다는 아주 작습니다. 옛날 조셉 록이 살았던 집으로 한 관리인이 지키고 있군요. 2층 방들이 박물관으로 옛날 조셉 록이 조사 다닐 때 사용했던 책들과 침구 등 생활용품, 당시 기록한 티벳 국경지역의 사람들의 모습들을 볼 수 있는 사진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미국의 식물학자 조셉 록의 박물관

작지만 당시에 사람들의 모습을 기록한 진귀한 사진들이 너무도 신비롭습니다. 사진의 얼마나 중요한 기록인가를 보여줘 사진을 찍고 있는 저에게는 큰 감명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덜컹거리는 차 속에서 먼 옛날의 조셉 록이 걸었을 길을 생각하다보니 구불구불 계속 내리막길이군요. 잠시 눈을 돌리니 저 멀리 황금빛 지붕이 반짝거리는데 라마사원이 보입니다. 푸른 침엽나무들이 드문드문 보이며 계곡 사이로 난 도로, 그 내리막길 끝에 오늘의 숙소이자 야딩 입구인 르와 춘(日瓦 村) 마을이 있습니다.

사천성 샹그릴라 마을(香格里拉 鄕)이라고도 부르는데, 운남성 샹그릴라는 현(縣) 소재지이고 여기는 그 보다 훨씬 작은 행정 단위인 향(鄕, 우리나라 里 정도에 해당됨)이고 이곳은 사천성에 속하기 때문에 운남성 샹그릴라와 확실히 구분해서 호칭하고 있다는군요. 이 마을부터 펼쳐지는 수려한 풍경이 먼 곳까지 고생해서 온 여정을 보상하고도 남는다고 장담을 하는군요.

나시족 제사장들이 사용했던 동파문(東巴文)이 벽에 새겨져 있다.

그나저나 재발 날씨가 좋아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내일 4000m 이상을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오늘 저녁에는 술을 마시면 안 되고 꼭 고소적응 약을 먹으라는 군요. 이 아름다운 곳에 왔는데 기념 술 한 잔은 해야 하지 않을까요. 밤에 본 르와 춘은 작지만 활기가 넘치는 마을 같이 보입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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