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과 함께 가는 대중교통체계 개편
‘무능’과 함께 가는 대중교통체계 개편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8.10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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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개인이건 조직이건 의욕적으로 어떤 일을 하다보면 뜻하지 않은 난관을 만나기 마련이다. 특히 그 일이 많은 사람 또는 많은 분야와 연관된 것이면 그 일에는 돌발변수가 따를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 곤란한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에 따라 개인 또는 조직의 ‘능력’이 판가름 난다. 지금 제주도가 꼭 이 꼴이다. 30년 만에 대수술이라고 내세워 온 사실상 원희룡 제주도정의 최대 핵심 정책인 대중교통체계 개편작업이 시행 2주일을 앞둔 현재까지 불안하다. 제주 전역에서 버스 노선과 운행시간이 동시에 바뀌지만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온다. 내부적으로는 그동안 시뮬레이션 등의 과정을 통해 수십 차례 예행연습을 했을 법도 한데 한쪽에선 벌써 ‘반쪽짜리’라는 비판이 나온다.

“제주도 정주인구 100만 시대에 대비해 내년 하반기부터 대중교통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하수환경과 쓰레기 분야 등 환경개선사업을 확대 시행하겠다.” 이는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해 11월 15일 제주도의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한 시정연설의 일부다. 제주도는 원 지사의 도의회 시정연설직후인 지난해 11월 30일 대중교통체계 개편안을 확정, 발표했다. 요지는 더 말하지 않더라도 버스노선의 단순화와 도 전역 시내버스 시스템 운영 등이다.

그런데 시행을 목전에 둔 지금까지 버스 중앙 차로제 운영의 핵심구간인 제주시 광양사거리~아라초등학교 구간 2.7km에서 정상적인 시행이 어렵게 됐다. 제주시청~제주지방법원 구간 도로변에 세워진 전봇대 이설 등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공영버스에만 도입됐던 버스요금 면제제도가 확대 시행되면서 교통약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통복지카드 발급도 더딘 것은 마찬가지다. 심지어 버스 운행노선이 나온 지 한참 지났지만 운행시간은 오리무중이다.

대중교통체계 개편은 2주일 후인 오는 26일부터 시행된다. 그렇지만 현재 드러나고 있는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시행초기 혼선과 혼란은 불가피 해 보인다. 사실 지금 나타난 문제는 어느 한순간 튀어 나온 게 아니다. 전봇대 이설과 지하매설물 등의 출현은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제주도에 철저한 사전준비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대중교통체계 개편안이 발표되는 순간부터 이어졌다.

그런데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은 결과적으로 준비가 소홀했고, 나아가 ‘돌발변수’들에 대한 예측능력이 부족했던 때문이다. 좋은 표현으로 ‘준비부족’이지, 현장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겐 제주도정의 ‘무능’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시행을 2주일 앞둔 지금 시점에서 지난 잘못을 추궁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지만, 그렇다고 이조차 짚고 넘어가지 않는다면 앞으로 남은 금쪽같은 시간조차 어영부영 흘려보내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2주일은 길 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다. 유종의 미를 기대한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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