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제 버팀목 감귤산업, 한의약사 관점 고찰 '의미'
제주경제 버팀목 감귤산업, 한의약사 관점 고찰 '의미'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8.09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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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연재를 마치며
근래의 감귤과수원과 감귤따기 모습. <사진작가 오희삼 제공>

[제주일보] ‘제주한의약, 그 역사속으로’는 2016년 9월 30일~2017년 7월 27일에 이르는 동안 21회에 걸쳐 연재돼 왔다.

제주한의약사는 아직도 그 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제주의 의료행위 및 의료기구와 그 운영, 제주의 한의사, 제주 산출 약용작물 등과 관련된 사실이 무속(巫俗)과 신화 및 설화·전설, 또한 조선시대~일제강점기의 사서에서 종종 확인되고 있다.

그래서 ‘제주한의약, 그 역사속으로’의 기획 연재물에 용기를 내 필자로 나서게 됐다. 이 가운데 제주 산출의 약용작물로서 역사적 사례가 가장 많다고 보이는 제주 감귤을 우선적으로 다루고자 했다.

이후 제주 감귤류 열매의 약재와 관련해 역사 속에 드러나는 한의학·약리학적 가치와 그 의미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그에 따른 전반의 역사상에도 관심을 기울인 연재물을 써 왔었다. 여기에는 제주의 감귤산업을 부흥시킬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관점도 저변에 깔고 있었다고 하겠다.

제주 감귤산업은 2013년에 100년을 맞은 바가 있다. 2013년은 오늘날과 같은 성격의 감귤농장이 들어선지 딱 100년이 되는 연도였던 것이다. 그 동안 감귤산업은 제주의 기간산업이자 생명산업이며, 더 나아가 오늘날 제주사회 형성의 효자산업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제주 경제는 감귤가격의 등락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다. 감귤산업은 제주 경제성장을 이끌며 주민소득을 증대시키는데 크게 기여해 왔었던 것이다. 게다가, 제주 감귤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생산량이 많은 과일이고, 국민과일로도 자리 잡은 적도 있었다.

지금도 감귤산업은 제주 농촌경제의 버팀목으로서의 위상을 지니고 있다. 반면, 제주 감귤산업은 오늘날에 와 감귤 소비 수요량을 초과하는 생산과 감귤류 수입개방 등과 같은 여건 때문에 가격하락 등의 위기상황을 맞이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제주 감귤산업을 다시 일으키는 것이 제주사회의 현안이 돼 왔다. 그 해결책으로는 폐원과 간벌, 고품질과 우량품종 개발, 감귤 수확시기의 집중출하를 방지하는 만감류의 감귤 재배 등을 제시·실천해 왔다.

이들 경우도 효과가 적지 않았다고 손치더라도, 보다 더 적극적인 제주 감귤산업의 부흥 방안은 현재의 제주 감귤 소비 수요량을 확대시키는 일일 듯싶다. 곧, 제주 감귤의 특화와 그에 따른 홍보 등이 급선무로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본 연재물의 경우도 제주 감귤류 열매의 껍질 관련 역사적으로 확인되는 한의학적 의미와 약리적 효과 및 그 사례를 중심으로 얘기를 끌어갔다고 하겠다. 또한 조선 정부가 민폐를 야기할 정도로 거둔 제주 감귤류 열매 가운데 약재로서의 쓰임새에 압도적인 물량이 들어갔던 사실을 최초이자, 실증적으로 규명하는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게다가, 제주 과원이 중국·일본사에 각각 나오는 약원(藥園)·어약원(御藥園)과 같은 존재, 곧 약용작물재배단지로서의 기능을 겸했던 점도 밝혔던 것이다.

이들 얘기는 오늘날에 와 중앙정부의 식약처는 제주에 국가생약자원관리센터의 조성에 나서는 한편, (재)제주한의약연구원은 한약재 가공제품 개발, 한방의료서비스 활성화 및 6차 산업화 추진 등과 같은 한의약 산업 육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과도 맥락이 닿는 듯싶다.

곧, 제주 감귤산업도 제주 감귤류 열매의 약재로 제제한 약이 가정 내 상비약으로서도 기능성과 약리효과가 뛰어남을 대대적으로 알리고, 이를 통해 제주 감귤의 소비 확산을 꾀함으로 부흥의 기회를 맞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본 연재물의 경우도 역사가 지닌 의미를 곱씹어 봄과 다름이 없었다고 하겠다.

통상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 한다. 수많은 사회원로·석학들이 사회적 격변기 때마다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키워드를 제시해달라는 질문을 받으면, 역사를 통해 현재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수 있고, 그것은 “역사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기 때문이다”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하곤 한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는 말은 영국의 역사학자 E·H Carr(Edward Hallett Carr)가 1960년대 전반에 저술한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에 나오는 결론적 얘기이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E·H Carr의 말에 공감해 왔다. 그래서 오늘날에 와서는 E·H Carr가 거론했던 말이 역사 관련 명제로서 가장 널리 알려지기에 이르렀다.

그 뜻은 자신이 살고 있는 현재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사실을 끄집어 내 현재 관점에서 분석·해석해서 얻은 의미를 현재의 과제를 해결하는 키워드로 삼으라는 것이다. 또한 시대와 그 시대적 환경이 달라지면, 또 다시 과거의 사실을 끄집어 내 재분석·재해석한 뒤 얻은 의미를 그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는 키워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이로써 역사는 시대가 달라질 때마다 새롭게 쓰인다는 말도 생겨났다.

그러니 만큼, 현재 제주 감귤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내는데도 제주 감귤의 한의약사적 의미를 되돌아봄은 시사하는 점이 컸다고 하겠다.

물론, 제주한의약사는 그 범위와 주제가 매우 광범위하다. 그 가운데 제주 감귤류 열매의 약재가 차지하는 부분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고, 이번 기회에 전반적으로 다루어진 것 같다. 이외 제주한의약사 관련 얘기도 이 지면을 통해 다시 소개되는 기회가 있으면 한다. <끝>

 

17세기 후반 ‘본초비요’에 실린 ‘복룡간’ 그림.

▲흙을 사용해 좋은 진피 만드는 방법 - 황토·서벽토·복룡간 등으로 볶아

진피는 수십여 종의 방법으로 제제한다. 그 가운데 하나로서 흙(土)을 사용해왔다. 흙은 예로부터 약으로 썼던 것이다.

8세기 초반 ‘본초습유’에 “땅위에서 밑으로 93.3㎝ 깊이까지는 똥거름이고, 93.3㎝ 깊이 아래 자리한 것이 흙이다. 무릇 당연히 위에 있는 오물은 버리며, 물이 스며들지 않은 흙을 사용한다(三尺已上曰糞, 三尺已下曰土, 凡用當去上惡物, 勿令入客水)”와 그 흙을 “좋은 누런 흙(好黃土)”이라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여러 문헌에서도 귤피·진피의 제제용 흙으로 ‘황토’, ‘서벽토(西壁土)’, ‘복룡간(伏龍肝)’을 사용해 볶거니와, 이를 토초법(土炒法)이라 일컬었다. 13세기 중반 양스잉(楊士瀛)은 ‘직지방(直指方)’에서 “음식물이 들어가면 위가 뒤집혀 소화되지 않고 토해내는 증상에 진짜 귤피를 햇볕을 쬔 서쪽 벽의 흙으로 향기 날만큼 가볍게 볶아 가루로 만들어(反胃吐食, 眞橘皮, 以日照西壁土, 炒香爲末)” 복용한다 했다. ‘서벽토’는 태양이 지는 곳에 위치해 기(氣)를 내리는 성질인 하기(下氣)작용이 있음으로, 음식을 아래로 내리려 할 때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16세기 중반 ‘본초몽전’에는 “오래된 벽의 흙으로 볶아 만든 진피는 진짜 좋은 흙의 기운을 빌려 신속하게 위장기능을 돕게 된다(陳壁土制, 竊眞氣驟補中焦)”고 했다. 토초의 목적과 관련해서는 19세기 중반 링환(凌奐)이 ‘본초해리(本草害利)’에서 약물을 “비위라는 소화기관으로 끌고 가려면 흙으로 볶는다(入脾胃土炒)”고 했다. 이외 비위에 작용하는 약물의 효능증강을 위해서도 행해졌다고 한다.

흙 대신, ‘복룡간’을 사용키도 한다. 복룡간은 조심토(灶心土)로, 부엌에 있는 가마솥에 오랫동안 나무를 때면서 만들어진 솥 아래 아궁이 바닥의 흙이다. 10년 이상 된 아궁이 바닥 아래로 32㎝ 깊이로 파면 참흙이 나오는데 자줏빛 나는 것을 쓴다. 복룡간은 땔감을 무수히 태우고 제련돼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각종의 식물성알칼리(Alkali)인 탄소, 수소, 질소로 이뤄진 유기화합물의 알칼로이드(Alkaloid)를 함유한다. 알칼로이드는 생물의 생리작용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며 위산(胃酸)의 중화작용도 일으키는 것이다.

진피제제 중 흙 사용의 것을 토제진피(土製陳皮)라 한다. 토제진피는 먼저 흙을 용기에 넣고 중화(中火)의 불로 살살 볶다가 흙가루가 잘 움직이게 되면 잘게 채로 썬 진피를 넣어 부단히 저어 진피표면이 누르스름하게 타고 흙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꺼낸 뒤, 체로 흙을 걷어내고 차가운 곳에 펼쳐 식히는 과정을 거쳐 만든다. 통상 진피 100㎏에 복룡간 25~30㎏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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