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타는 農心
아무리 농사는 하늘이 절반은 짓는다지만, 해도 너무한다.
하루걸러 쏟아지는 비에 몸도 마음도 무너져 내린다. 올해 감귤은 맛이 좋다는 소식에 기대도 잔뜩 했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속절없는 하늘 변덕에 망연자실해 이젠 원망도 사라졌다.
다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내년을 생각하면 ‘나무라도 고되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에 서둘러 열매를 떨어냈다.
얼마 안 되는 수입이지만, 그것도 아쉬워 며칠 전부터 긴 줄을 선다.
올해도 제주의 가을과 겨울 들녘은 황금빛으로 일렁였다. 그렇지만 풍요가 사라지고 먹먹한 가슴만 잔상으로 남는다.
밭 위에 구르는 저 열매들이 내년 봄 희망의 향기를 풍기며 하얀 감귤꽃으로 환생할까.
사진=고기철 기자 haru@jejuilbo.net
고기철 기자 haru@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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