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는 정치다
넥타이는 정치다
  • 제주일보
  • 승인 2017.08.09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관후. 작가 / 칼럼니스트

[제주일보] 화이트칼라의 상징인 ‘넥타이 부대’. 1987년 6월 항쟁 당시 민주화의 선봉에 섰던 ‘투쟁의 무리’. 민주화를 외치는 학생들의 본거지였던 명동성당. 당시 명동, 을지로, 광교, 남대문 지역은 ‘넥타이 부대’ 인 샐러리맨들이 많은 곳이었다.

제주에서도 “독재 타도! 호헌 철폐!” 민주화에 대한 목소리는 높아져만 갔다. 뜨거운 아스팔트만큼이나 거리로 쏟아져 나온 넥타이 부대의 함성은 열망으로 가득찬 뜨거움이었다. 학생과 지식인, 성직자 중심의 기존 반정부 세력에 소위 중산층이자 엘리트층인 이들이 독재정권 타도 선봉에 서면서 민주화 목소리는 더욱 힘을 얻었다.

6월 항쟁이 가져온 정치와 사회의 민주화. 이에 앞장선 넥타이 부대는 여전히 이 시대에도 사회 변화의 한 무리로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 국정농단 촛불집회에서도 ‘시민혁명’의 한 축으로 위력을 보여줬다. 시대를 고민하고 행동하는 넥타이 부대. 1987년의 거리에서나 2017년의 거리에서나 그 뜨거운 가슴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넥타이는 정치다. 한·미 정상도 나란히 ‘파란 넥타이’를 매고 공식석상에 등장해 이목을 끌었다. 두 정상의 패션은 어두운 컬러의 양복에 흰색 셔츠, 그리고 파란 넥타이까지 마치 사전에 맞춰 입고 나온 듯 닮은 드레스 코드였다. 파란 넥타이는 신뢰와 평화를 상징한다. 평소 붉은 넥타이를 즐겨 매던 트럼프는 넥타이 컬러를 통해 예우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악수·넥타이와는 딴판이었다. 정상회담 뒤 문재인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읽은 언론발표문에서 공동성명에 있지도 않은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대놓고 거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동성명 범위에서 상세히 설명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도’였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변칙’이고 ‘결례’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넥타이 정치는 일찍이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대선 후보 선거전에서 자주 볼 수 있던 파란 색깔의 ‘스트라이프 넥타이’는 미국 케네디 대통령의 ‘승리의 넥타이’로도 알려졌다. 선거 참모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취임하고 며칠 후 5당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불렀다. 이때 문재인 대통령은 노란색 넥타이를 매었다. 화제의 넥타이는 바로 2012년 ‘독도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제작된 작품이다. 독도의 ‘강치’떼를 물결무늬와 혼합한 모양의 디자인으로 노란색을 띄고 있다.

1960년 독일, 피아노 연주를 선보이던 백남준은 돌연 관객석에 앉아 있던 존 케이지에게 다가가 그의 넥타이를 느닷없이 잘라버렸다. 당시 백남준은 “로마 시대부터 넥타이는 힘과 권력을 상징했다. 나는 남자들이 늘 넥타이를 매고 다니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넥타이를 잘라낸 자신의 퍼포먼스 의미를 설명했다.

그만큼 넥타이는 서구문화권에선 힘과 권위, 복식에서 갖추는 예절의 상징으로 통용됐기에 백남준의 퍼포먼스는 파격의 파격으로 해석됐다.

넥타이는 남성 패션의 완성이자 원점이라는 말이 있다. 멋을 내는 데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아프리카 오지 봉사활동으로 반평생을 보낸 슈바이처 박사는 한 개 넥타이만 썼다. 그런데도 길흉사 의식에는 꼭 맸다고 한다. 상대를 존중한다는 뜻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대선 벽보에 나온 넥타이는 승리용 부적이나 국민을 섬기려는 의지의 상징일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단순히 선거철 표심을 유혹하는 액세서리일 수도 있다. 유권자가 넥타이 의미를 제대로 읽는 식견만 갖춰도 한국 정치는 발전할 것이다. 자신의 의사를 표시 할 수 있는 넥타이는 때로는 말보다 강한 메시지를 전달해 줄 수 있다. 그렇지만 남성패션의 시작이자 완성이라고 불리는 넥타이는 정치적 메시지를 담는 소품임에 틀림없다. 한·미·일 정상 만찬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나란히 빨간색 넥타이를 매 궁합을 맞추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인한 인상을 보여주고 싶을 때 빨간 넥타이를 매는 경향이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2012년 11월 당시 무소속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TV토론 때가 대표적이다.

제주일보 기자  isuna@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