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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교육훈련의 가치 인식해야노정진. 한국폴리텍대학 제주캠퍼스 학장/논설위원
제주일보 | 승인 2017.08.08

[제주일보] 유네스코는 전 세계적으로 일반교육과 직업교육·직업훈련의 경계가 무너지고 학문·연구중심의 고등교육조차 직업교육훈련화 돼가고 있다고 하면서 오늘날 직업교육훈련은 사회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도구적 역할로서 그 필요성이 더욱 증대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산업화 정책의 일환으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조업의 기능인력을 공급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 주도 직업훈련 정책을 추진했다. 1967년 직업훈련법을 제정하고, 선진국의 유․무상 원조를 통해 직업훈련시스템을 도입, 산업역군으로서의 기능 인력을 양성해 오늘에 이르렀다.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원동력은 혁신을 거듭하면서 산업현장에 신속하게 적응할 수 있는 기능·기술인을 키워낸 지금의 폴리텍대학이다.

50년의 역사를 가진 폴리텍대학. 1970년대 단순 기능 인력 양성을 시작으로 1980~1990년대 기술 고도화에 따라 기업 맞춤의 고숙련 기능인, 중간 기술자(테크니션)를 양성해왔다. 1990년대 말에는 IMF 위기로 인해 실업자가 대량으로 발생하면서 폴리텍대학은 공공기관으로서의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개인 및 기업의 실업대책을 위해 종전의 비진학자 중심의 양성 과정에서 실업자는 물론 재직 근로자의 고용 유지 내지는 전직 기회 제공을 위한 직업교육훈련 사업을 확대해 사회환경 변화에 적극 대처했다. 2000년대 평생직업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생애주기별 다양한 교육훈련 과정을 운영해 전 국민의 사회복지 실현 기능으로서의 역할을 재정립하기도 했다.

융합기술 시대에 폴리텍대학은 또다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지식과 기술을 기반으로 실무 역량을 갖춘 기술 인재를 필요로 한다. 폴리텍대학은 지난해부터 지역산업맞춤의 ICT 기반 디자인․빅데이터 분석․센서 제어․핀테크 등의 학과 및 교과 개편을 추진하면서 민간 직업교육훈련기관의 Test-Bed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오늘날 폴리텍대학이 개도국의 롤 모델 직업교육훈련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유연한 직업교육훈련시스템으로 시대적 변화 속에서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며 발전을 꾀한 결과일 것이다.

한 전문대학 관계자는 ‘일반대학과 폴리텍대학은 전문대학의 고유 영역을 침범하며 경계를 허물고 있고, 폴리텍대학은 훈련 중심의 실무 기능인 양성을 목표로 하므로 단기 훈련 과정에 집중하고, 학위 과정은 전문대학에서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전문대학이 존립하기 위해 학사학위 내지는 비학위과정으로까지 교육사업 영역을 넓혀가는 것은 다른 기관에 대한 영역 침범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교육훈련기관이 공급자 관점이 아닌 수요자 측면에서 교육적 제 기능을 다하고 있는가’, ‘학위․비학위의 문제가 아닌 현장에서 주어진 직무를 얼마나 잘 수행해낼 인재를 육성하고 있는가’에 대한 숙고가 있어야 하고, 그런 관점에서 대학이 스스로 변화하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2015년도 청년층(25~34세)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69%로 OECD(평균42%) 국가 중 최고다. 대졸 실업자는 2000년 23. 5%에서 2017년 현재 50.5%로 절반이 넘는다. 실업자 2명 중 1명이 대학졸업자인 것이다. 이들 실업자 중 상당수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불안한 공시생의 길을 가고 있다. 폴리텍대학은 1년 과정의 경우 대졸 출신자의 입학 지원율이 입학생의 40%를 넘어서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80~90%가 기술전문가로 취업에 성공하고 있다. 2년 과정 졸업생의 지난 3년간(2013~2015년) 취업률은 평균 84.7%이다. 2015년 대학 취업률 64.4%, 전문대학 취업률 69.5%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폴리텍대학 교원은 정부 시책에 의거 정규 과정 이외에도 다양한 교육훈련과정을 운영해야만 한다. 또한 학생들에 대한 튜터(tutor)와 멘토(mentor)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기업 발굴 및 관리, 졸업생 취업 및 사후 지도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양질의 취업과 높은 취업 유지율의 성적표가 이러한 노력의 산물이고 학습자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다.

대졸 청년실업률은 심각한데도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이 학생에게 투자하는 연간 1인당 평균 교육비는 1500만원, 대학생 연간 1인당 평균 등록금 700만원, 여기에 개인 비용까지 더하면 4년 동안의 총 비용은 최소 1억이 넘는다. 타 지역에서 학교를 다니게 될 경우 비용은 더욱 초과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졸업 후에는 전공과 무관한 일자리 찾기에 애쓰고 중소기업에서는 구인의 손길을 뻗고 있는데도 외면한다. 혹자는 대졸자에게 적합한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한다. 고등교육 공급과잉은 아닌가. 대졸자가 해야 되는 직무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인가. 숙련 기술이 요구되는 제조업분야의 일자리는 젊은 청년들의 기피로 단기 외국인 근로자로 채워지고 있고 숙련 기술전문가의 부족으로 기업 경쟁력의 핵심인 기술의 축적은 요원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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