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폭염과 열대야
제주의 폭염과 열대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8.0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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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희. 제주대학교 화학·코스메틱스학과 교수/논설위원

[제주일보] 최근의 폭염 현상은 기후변화와 연계돼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후변화 예측 모델 결과를 보면 폭염 등 극단의 기상 현상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대부분의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기후변화의 잠재 영향과 도시화에 의한 열섬효과는 기상·기후 외에도 미래 인류 보건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최근의 여름철 폭염은 빈도가 급속히 잦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지속 시간도 길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서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여름철 폭염은 극단 고온 현상으로 특히 온대와 한대 지역에서 사망률 증가와 많은 연관성이 있다.

미국에서는 1995년 시카고 폭염 때 700명이 초과 사망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또 2003년 유럽에서 발생한 여름철 폭염으로 프랑스에서 약 1만5000명, 이탈리아 로마에서 약 1094명이 사망했고, 2010년 러시아에서는 5만5730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다.

우리나라에서 여름철에 나타나는 큰 기상재해는 폭염·태풍·집중호우·가뭄 등이다. 이 중 태풍·집중호우·가뭄은 불규칙하게 발생한다.

그러나 폭염은 매년 주기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갈수록 심화돼 피해도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초 폭염주의보 발령이 2014년 5월 31일에서 2015년 5월 25일, 지난해와 올해는 5월 19일로 그 시기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그리고 올 여름에도 한반도 전 지역이 이러한 폭염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제주지역은 1924년에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지난 90년간 연평균 기온이 1.6도 상승했고 해수면이 22.6㎝ 상승했다.

또 이미 연안 어류의 반 이상이 아열대성으로 변했고 산방산 앞 ‘용머리 해안’은 연중 80일 넘게 바닷물에 잠겨 탐방객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그리고 2013년 90년 만에 최악의 가뭄과 폭염, 2007년 태풍 ‘나리’와 2012년 ‘볼라벤’ 초강력 태풍 등 최근의 강력한 기상재해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최근 들어 폭염 일수, 열대야 일수, 호우 일수 등 극한 기후가 강해지고 발생 빈도도 잦아지고 있다.

또한 제주도는 기후변화에 대한 노출 지수와 민감도가 국내에서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제주도의 2001~2010년 열대야 일수는 9.5일이었고 폭염 일수는 1.6일로 대구의 22.0에 비해 훨씬 적게 발생했다.

그러나 지난해 제주시 지역의 열대야 일수는 43일이었고, 올해에는 8월 4일에 이미 29일을 넘어섰다.

폭염 일수 역시 지난해에는 제주시를 기준으로 15일이었으나 올해에는 8월 4일까지 16일로 발생 빈도가 더욱 잦아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경우 21세기 후반기에 제주지역 여름철 일 최고 기온은 2.1~2.9℃ 상승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욱이 온실가스를 지속적으로 다량 배출하는 고배출 시나리오를 적용할 경우 기온은 최대 4.4~5.0℃까지 상승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처럼 제주도는 폭염을 비롯한 기후변화의 위기가 다른 지역에 비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서 선제적인 대응 체제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행히도 제주에는 제주지방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 국가태풍센터 등 기상·기후 국내 최고 전문기관과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

따라서 도민들이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선결되고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 체제가 마련된다면 제주도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상 관측의 메카로 부각될 수 있다.

그리고 타 지역에 비해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맞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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