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회충
고래회충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8.06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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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헌. 소화기내과 전문의

[제주일보] 기생은 기생생물의 숙주의 몸에 들어가 숙주에게 해를 끼치고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 공생의 한 형태를 말한다. 기생충의 입장에서는 숙주가 가능하면 오래 사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숙주에게 경미한 피해를 주는 경우가 흔하다. 그렇기 때문에 숙주는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고래회충은 이름 그대로 고래류, 돌고래류, 물개 같은 효각류의 위점막에 기생하는 회충의 일종으로 알에서 깨어나 유충이 돼 갑각류나 어류에게 먹히고 고래가 이를 먹게 되면 숙주의 몸에서 성충으로 성장해 알을 배출하는 일생을 반복하게 된다.

고래가 고래회충에 감염되면 큰 피해를 주지 않고 영양분을 조금 빼앗아 먹는 정도에 그치지만 사람이 고래회충이 있는 해산물을 먹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인간은 고래회충의 숙주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 속에 기생하기 어려운 고래회충은 생존을 위해 인간의 위장벽을 파고든다. 이때 환자는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게 되고 일부에서는 위장벽을 완전히 관통해 복막염을 유발하기도 한다.

고래회충은 우리가 흔히 섭취하는 고등어, 오징어, 갈치, 광어, 명태 등 여러 종의 바닷고기에서 발견되는데 해산물이 살아있을 때는 내장에 있다가 해산물이 죽으면 근육(생선살)으로 이동하게 된다.

때문에 신선도가 좋은 활어를 회로 먹는 경우는 생선살에서 고래회충이 발견될 확률이 거의 없고 양식산 횟감은 대개 냉동 정어리나 고등어 등을 분쇄한 사료를 먹고 자라기 때문에 고래회충의 생명 주기와 동떨어져 감염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

따라서 고래회충의 감염은 대부분 자연산 해산물을 먹는 경우 발생한다. 내장을 제거한 칼과 도마를 잘 씻지 않고 회를 썰면 고래회충이 회에 묻을 수 있고, 죽은 지 한참 지난 생선을 손질해 먹는 경우에는 흔히 발생할 수 있다. 간혹 살아있는 생선의 근육에서 고래회충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대략 1% 이내로 매우 드문 편이다.

만약 회를 먹은 후 극심한 상복부 통증이나 구토 등이 나타난다면 고래회충 감염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병원을 찾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고래회충은 기생충약으로는 치료가 되지 않기 때문에 내시경을 통해 제거하는 것이 치료의 원칙이다. 만약 고래회충의 일부가 끊어져 위장벽에 남게 되면 감염, 염증, 알레르기 반응 등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고래회충 전체를 모두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래회충 때문에 회를 먹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회는 양식산으로 고래회충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자연산 횟감의 경우에는 싱싱한 활어를 위생적으로 손질해서 먹으면 감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싱싱하지 않거나 비위생적으로 손질된 횟감의 경우는 고래회충 보다 오히려 식중독 등을 일으킬 수 있는 확률이 높기 때문에 주의가 더욱 필요하다. 특히 요즘 같이 식중독 지수가 높은 계절에는 음식섭취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음을 염두에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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