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로 온다더니 오사카로 간 '노루'
서귀포로 온다더니 오사카로 간 '노루'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8.0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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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제5호 태풍 ‘노루’가 일본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기상청은 태풍 노루가 일본 가고시마 남쪽 해상을 지나 일본 오사카 북서 해상을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이 태풍이 제주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이번 노루와 관련한 기상 예보 수준은 국민의 기대와는 크게 동떨어져 있다.

기상청은 당초 태풍 노루가 5일 오후 3시 일본 오키나와 북북동쪽 약 390㎞까지 진출해 제주 먼바다에 영향을 주는 것을 시작으로 6일 오후 3시 서귀포 남동쪽 약 330㎞ 부근 해상까지 진출할 것이라고 예보했다. 특히 6일 오후와 7일 오전에 제주도에 가장 근접하면서 제주도는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가 많은 비와 바람이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라 제주도 전역은 태풍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어선 출항이 전면 금지되고 과수 농가와 축산 농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우도와 가파도·마라도·비양도를 오고 가는 선박들이 모두 5일 오후 중단됐다. 이 때문에 우도 가파도 마라도 비양도 관광일정 등이 모두 마비됐다. 5일 비양도를 찾았던 관광객들은 날씨가 예보와는 다르다고 불평을 하면서도 이날 마지막으로 배를 띄운 낮 12시 비양도 천년호에 승선할 수밖에 없었다. 우도·가파도·마라도 등도 마찬가지였다.

대기가 불안정한 가운데 태풍의 진행 방향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태풍 노루 진로 예측은 틀려도 너무 틀리다는 국민들의 원성을 받을 만하다. 이런 엉터리 태풍 진로 예보는 예보관들의 무능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기상청이 동네 예보, 기업 맞춤형 정보 등 ‘보이는 행정’에 치중하느라 기본 업무인 예보를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기상청이 국가태풍센터를 제주도에 세운 취지도 태풍 정보를 보다 일찍, 보다 정확하게 알려주도록 하자는 것 아닌가.

태풍, 집중호우같은 예보는 맞느냐 틀리느냐에 따라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뒤따를 수 있다. 또 태풍은 긍정적인 면도 적지 않다. 가뭄 해갈과 수자원 확보, 바다 적조와 대기 오염 해소 등이 그것이다. 그래서 정확한 예보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동네 예보같은 서비스는 과감히 민간 업체에 이양하더라도 기상청의 존재 이유인 예보 정확도를 높이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직무유기를 넘어 국민 생활에 큰 불편을 끼치는 악행이다. 예보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예보관의 전문성 향상이 우선이다. 기상청 예보관은 힘들고 욕만 먹고 가기를 꺼려하는 자리라고 한다. 예보관들에게 인센티브를 더 주고 복지지원도 더 줘서 가고 싶어하는 자리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 다음 예보관 육성 대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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