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10%대의 제1야당과 無關心(무관심)
지지율 10%대의 제1야당과 無關心(무관심)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7.08.0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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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사랑을 해 본 사람은 안다. 사랑의 반대말은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무관심(無關心)인 것을. 미워하는 마음이라도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무관심은 그대로 절벽(絶壁)이다.

불볕더위 속에서도 사람 사는 세상이라 언제나 화제라는 게 있다. 요즘 화제가 되는 단골 메뉴는 ‘증세(增稅)와 취약계층 빚 탕감’, ‘한반도 전쟁설’, 그리고 ‘일등병에게 갑질해 옷 벗은 육군대장’ 등으로 요약된다. 여기에 지역 이슈로 ‘10개월 남은 지방선거’, ‘오라관광단지 등 개발’, ‘시민복지타운 내 행복주택’ 등이 양념으로 오간다.

그런데 정치에 좀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모임에서도 야당을 화제로 삼는 경우는 거의 없다. 누가 말을 꺼내기라도 하면 “그런 말을 왜 해” 하는 핀잔이 돌아오기 일쑤다. 예전에는 그나마 욕이라도 했건만 지금은 ‘무관심’ 그 자체다.

▲민주주의 국가 가운데 산업화 시대를 이끌었고 재집권을 노리는 제1야당이 10%대의 지지율을 갖고 있는 나라가 세상에 있을까. 지금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정말 연구 대상이 될 듯싶다.

한국갤럽이 지난 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정당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46%, 자유한국당 11%, 바른정당 10%, 정의당 6%, 국민의당 5%였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무려 35% 포인트 차이가 난다.

이에 앞서 리얼미터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정당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 50.5%, 자유한국당 17.9%, 국민의당 6.8%, 바른정당 5.2%, 정의당 4.8%로 나타났다.

제1야당의 지지율이 10%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자유한국당에는 물론이거니와 정당정치 자체에 대한 심각한 경고다. 사실상 양당제 구도인 우리 정치지형에서 107석을 가진 제1야당이 이 정도밖에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은 불행이자 비극이다. 야당이 이렇게 무력해지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에도 독배(毒杯)다. 여론 형성에 왜곡을 주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당사자들이 국민의 ‘무관심’이라는 사태의 엄중함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데 있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 정당의 민심 난독증(難讀症)은 이제 난치병 수준이다.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지만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오류에 빠져 자신들에게 불리한 얘기는 들리지도,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한다는 말이 늘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진보 우위의 독과점 여론 때문에 3골을 먹은 상태에서 게임을 한다고 주장을 하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이 계속되는 것은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

정권을 내줬으면 보수 세력 간의 대립을 끝내고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하고 탕평의 리더십을 발휘해야지, 왜 역사 속에 들어간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한 ‘과거 가치’에 여전히 함몰돼 있는가. 그러면서 본처(本妻)니 첩(妾)이니, 맹랑한 말장난이나 하니까 국민이 고개를 돌리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이 당의 ‘혁신선언문’이란 걸 보면 환골탈태(換骨奪胎)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야당이 됐으면 하루속히 체제를 정비해 정부 정책의 허실을 따지고 새로운 대안을 치밀하게 고민하면서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받을 생각을 해야 한다.

정당의 존재 이유는 국가공동체가 위기에 빠졌을 때 국민을 어떻게든 보호하고 살길을 찾아내주는 것이다. 국민은 이런 역할을 좀 더 잘 할 수 있는 정당을 지지한다. 국민은 물론이고, 정부·여당을 위해서라도 강한 야당이 필요하다. 자유한국당이 보수의 적통을 주장하려면 잘못된 과거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우선 보수주의와 자유주의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자유주의는 경제적으로 신자유주의로 나타나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철학이다. 반면 보수주의는 엄격한 도덕과 윤리를 바탕으로 명예를 지키고 약자를 보호하는 공존(共存)의 철학이다.

정말 보수를 주장한다면 인적 청산을 통해 약자에게 따뜻하고 도덕적으로 깨끗한 사람들로 재창당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 ‘무관심’ 속에 지지율 10%대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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