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크기 상품감귤, ‘시장 차별화’ 막아야
맛-크기 상품감귤, ‘시장 차별화’ 막아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8.06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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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지금까지 감귤은 열매의 크기가 상품성을 좌우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제주도와 농·감협은 각각 다른 크기의 동그란 구멍이 뚫린 부채모양의 간이 측정기를 농가에 대량으로 나눠줬다. 해당 구멍을 기준으로 크기를 구분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감귤 생산 및 유통에 관한 조례가 제정·시행된 1997년 이후 20년간 제주감귤의 상품기준이 됐다. 그런데 어느 제도이건 오랜 기간 시행하다 보면 문제가 발생하고, 특히 이를 대체할 제도가 그럴듯한 당위성과 함께 나오기 마련이다. 다름 아닌 ‘맛’을 기준으로 상품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사실 맛을 중심으로 감귤 상품성을 판단하자는 주장은 크기 중심의 상품기준을 도입할 때 부터 제기됐다. 한편에서 보면 맛을 중심으로 감귤의 상품을 구분하자는 주장은 감귤 상품기준의 이상형이다. 이는 감귤뿐만 아니라 모든 과일에 해당된다. 그런데도 그동안 ‘맛’을 측정하는 객관적 기준, 나아가 당도측정기로 상징되는 ‘맛 선별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실제 시행되지 못했을 뿐이다. 올해부터 당도 10브릭스 이상 감귤은 크기에 상관없이 출하할 수 있다. 물론 기존 크기별 기준도 병행 시행된다.

그런데 맛의 기준이 되는 당도를 측정하기 위한 선별기가 부족하다. 현재 제주지역 거점산지유통센터(APC)와 영농조합법인 등 전체 선과장 443곳 중 고당도 감귤 선별을 위한 광센서선별기 설치를 마친 곳은 43곳에 불과하다. 앞으로 추진되는 소규모 광센서선별기 시범사업 7곳과 추가 광센서선과장 2곳을 합쳐도 광센서선별기를 갖춘 선과장은 전체 선과장의 12%에 그친다. 민간 작목반과 소형선과장들은 대당 10억원을 넘나드는 광센서 선별기 설치가 쉽지 않다. 대안으로 소규모 광센서선별기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이 또한 대상 가격이 수억원에 이른다.

결국 광센서설치 선과장을 일반 농가에 개방해 최대한 많은 물량을 소화하는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기존 광센서선별기 설치 선과장을 통한 처리 가능 물량이 연간 30만t 정도 된다는 점이다. 제주에서 생산되는 감귤 생산량이 연간 60만t 내외인 점을 감안한다면 생산량의 절반은 처리할 수 있다. 나머지 물량은 결국 종전처럼 ‘크기기준’의 상품선별기로 처리해야 한다.

그렇게 되며 맛과 크기를 기준으로 하는 각각의 ‘상품판정기준’이 시장에 제시되면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혼란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땐 ‘맛 기준 상품’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동일한 감귤이 시장에서 ‘상품판정기준’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화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맛 중심의 상품기준을 채택하는 것이 불가피하고, 또 시대적 흐름이라면 이 제도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부작용 최소화는 시행의 전제조건이다. 선량한 농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어떤 경우에도 발생해선 안 된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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