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합동 참배와 미래로 가는 길
4·3 합동 참배와 미래로 가는 길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8.03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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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2003년, 참혹한 4·3의 비극을 체험했던 제주시 애월읍 하귀리 사람들은 이 마을 출신 애국지사와 참전 전사자, 4·3희생자 영령을 한 곳에 모셨다. 일제(日帝)에 항거했던 애국영령, 6·25전쟁 등에 참전해 전몰한 호국영령, 4·3희생자 영령들을 모신 하귀리 영모원(英募園) 위령단은 주민들의 화해와 상생, 통합의 상징이다. 주민들은 ‘모두가 희생자이기에 모두가 용서한다’는 절대 용서의 영모원 비문(碑文) 앞에서 사랑과 관용, 치유와 회복을 약속하며 무릎을 꿇는다.

제주섬이 온통 좌우로 나뉘어 서로 죽이고 피를 흘렸던 4·3은 이렇게 치유되기 시작했다. 매년 치르는 이 합동위령제에서는 과거의 삶과 죽음, 원한과 복수심은 4월 봄꽃이 되고 나비가 돼 살아 남은 후손들에 의해 한 영혼이 된다.

그로부터 10년. 2013년 8월 2일 제주4·3희생자유족회(회장 양윤경)와 제주특별자치도 재향경우회(회장 김영중)는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지난날의 갈등과 반목을 접고 화해와 상생의 길로 함께 갈 것을 선언했다. 두 단체는 4·3의 좌우(左右) 양측이다.

그제 이 두 단체는 ‘화해와 상생’ 선언 4주년을 기념해 제주시 충혼묘지와 제주4·3평화공원에서 합동으로 참배했다. 이 두 단체는 2013년 선언 이후 매년 합동 참배를 해오고 있다. 독일계 유대인 철학자이자 정치 사상가인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1975)의 표현대로 ‘화해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가해자와 부담을 (함께)짊어지겠다는 의지가 수반될 때 가능한 일’이다.

미래로 가려면 과거의 사슬을 풀어야 한다. 제주도민들은 이 두 단체의 합동 참배와 공동 분향의 뜻을 그렇게 이해한다. 그래서 4·3평화공원과 충혼묘지가 애국(愛國)과 용서·화해·상생의 공동 상징이 되기를 희원하고 있다.

내년이면 제주4·3은 70주년을 맞는다. ‘진실이 은폐되고 사실이 왜곡되는’ 오랜 세월이 있었다. 하지만 2000년 1월,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공포되고 2003년 10월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에서 제주4·3사건 진상보고서가 확정됐다. 2014년 1월에는 정부가 4월 3일을 국가추념일로 정했다.

아직 미흡한 부분이 남아있지만 진상규명도 어느 정도 이뤄졌다. 이제는 그 비극의 사슬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됐다.

우리는 제주4·3희생자 유족회와 제주특별자치도 재향경우회의 노력에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 남은 4·3의 완전 해결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기여해줄 것을 기대한다. 두 단체가 인권의 소중함을 세상에 알리고, 화해와 상생의 정신을 이 비극의 섬에 뿌리내리게 노력하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4·3 완전 해결의 길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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