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일보] 기상청은 제주 지방 올해 7월 평균 기온이 29도를 웃돌아 1923년 기상 관측 이후 최고 기온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내년에는 더 더워질 것이다. 한반도가 갈수록 뜨거워진다는 통계와 전망은 차고 넘친다. 지난 100년간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은 1.7도 상승해 지구 평균보다 2배나 높았다. 그냥 두면 2050년까지 2~4도 더 오를 것이다. 이미 제주 지방은 아열대 기후로 접어들었다.
이 같은 추세라면 머지 않아 제주도는 동남아처럼 폭염이 일상화될 것이다. 올 여름 더위에 제주도에서 쓰러져 사망한 사람이 벌써 2명이고, 병원 응급실로 실려간 사람도 30여 명에 달하고 있다. 이 폭염은 기후변화의 재난이 이미 시작됐음을 말해준다.
우리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해 살아가는 것. 또 하나는 기후변화를 최대한 막아내는 노력을 하는 것 두 가지다. 지구온난화 흐름을 단기간에 바꾸기란 불가능하다. 정부의 계획대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37% 줄인다 해도 누적된 온실가스 탓에 기후변화는 지속될 것이다.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적응 정책’이 필요한 상황에 왔다. 폭염에도 전기료가 무서워 에어컨을 못 트는 현실이 대표적 예다. 정부가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를 일부 완화했지만 여전히 많은 가정이 에어컨 요금 폭탄을 걱정한다. 이 모두가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에 원인이 있고, 더 근원적인 배경에는 기업에 산업용 전기를 싸게 주려고 가정용 전기료를 비싸게 유지하는 산업화 시대의 논리가 있다. 이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곳을 지원하느라 온실가스 피해자인 일반 국민이 폭염에도 냉방을 못하는 모순에 빠지게 하고 있다. 이런 것을 보면 과연 정부나 지자체가 ‘기후복지’ 개념을 아는지 의문이다.
불신을 씻으려면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전기료 부과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때다. 정부는 저소득층 취약층을 대상으로 겨울철에 난방(煖房) 바우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폭염 바우처 역시 확대 시행하는 등 ‘기후복지’ 개념이 정책에 스며들어야 할 것이다. 선진국들은 기후변화를 국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 사회 안전망을 다진다. 태풍·집중호우·가뭄·지진처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폭염을 지원 항목에 넣어 안전장치를 둬야 할 것이다.
폭염 특보의 경과에 따라 폭염경보가 내려진 경우에는 자동적으로 야외 근로자의 근로 시간을 제한하도록하는 항목도 필요하다. 또 온열질환 감시망과 무더위 대피소 확충 등 상시대비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국가 에너지 정책으로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석탄·석유 에너지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그 일련의 과정에 ‘기후복지’ 개념이 확실히 자리잡아야 열대(熱帶)의 기습을 물리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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