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매지 말라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매지 말라
  • 현봉철 기자
  • 승인 2017.07.30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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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현봉철 기자] 제주지방검찰청이 소속 검사의 대검찰청 감찰 요청으로 연일 시끄럽다.

제주지검 A검사는 지난달 중순 의료품 거래 피해 사건의 압수수색 영장을 차장검사가 법원에서 회수했다며 대검에 지휘부 감찰을 요청하는 경위서를 제출했다.

검사동일체의 원칙에 따라 상명하복이 생명인 검찰조직에서 평검사가 지검 서열 1, 2위의 감찰을 요구하는 ‘항명’이 발생한 것이다.

A검사는 또 지난 27일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자신이 맡은 사건을 의도적으로 덮은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드는 정황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A검사는 법원에 접수한 영장서류가 회수된 사실을 몰랐다. 검사장의 재검토 지시를 받고 김한수 차장검사가 영장을 회수하고도 담당검사인 A검사에게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결재의 최종 권한이 검사장에게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검사장의 재검토 지시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검찰 내부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또 이미 두 차례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기각된 점에 비춰 외압설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있다.

A검사는 정기검진을 위해 지난 24일 병가를 냈지만 이를 두고도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또 언론보도가 검찰총장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나온 것에 대한 뒷말도 무성하다.

일종의 ‘해프닝’인지 아니면 ‘은폐와 음모’인지는 검찰의 조사 결과에서 드러날 일이다.

하지만 김 차장검사가 영장 회수 사실을 A검사에게 바로 알렸다면, A검사가 영장이 되돌아온 것에 대해 김 차장검사에게 바로 문제제기를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래서 이번 사태는 검찰 조직 내부의 불신과 소통 부재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매지 말라’는 말이 있다.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개혁에 대한 요구가 높은 이 시기 검찰이 새겨들어야 할 속담이다.

현봉철 기자  hbc@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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