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와 노동생산성, 二重(이중)의 당면 과제
일자리와 노동생산성, 二重(이중)의 당면 과제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7.3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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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지난해 회사를 그만둔 김모씨는 퇴직금과 아파트를 판 돈으로 제주도에 와서 음식점을 개업했다. 직장 다닐 때보다 훨씬 긴 시간을 일하고 아내까지 일을 도와주는데도 벌이는 그 때의 절반 이하다. 김씨는 더 많은 노동력을 투입하고도 실속은 없는, 말하자면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는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김씨처럼 저(低)부가가치 일자리를 맴도는 사람이 많아지면 지역사회 전체의 노동생산성과 경제의 활력이 떨어진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도내 인구 순유입이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고용시장의 양적 성장을 가져왔으나 노동생산성 하락으로 인해 질적 수준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2012~2016) 도내 순유입 인구는 5만2700명으로, 이로 인해 5만3200명의 취업효과가 발생했다. 이 중 3만3300명은 제주도로 보금자리를 옮긴 순유입 인구가 취업한 직접 효과인 반면, 1만9900명은 인구 증가로 인해 2차적으로 늘어난 간접효과다. 반면 1인당 노동생산성은 최근 5년간 370만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순유입 인구증가에 따른 취업자 수 증가가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도소매업과 숙박, 음식점 등 관광 서비스업에 집중된 데 따른 것이다.

노동생산성 하락은 제주경제가 일을 많이 해도 그에 상응하는 소득을 얻지 못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일부에서 ‘경기가 어려운데 고용시장이 성장했다’고 자화자찬을 하지만 냉정한 평가가 아니다. 제주지역 특성인 관광 서비스업 일자리가 증가하면서 단시간 파트타임 노동이 늘어나고 직장에서 밀려난 유입 인구가 음식점·도매업·숙박 등 영세 서비스업소를 창업하면서 제대로된 일자리보다 질 낮은 일자리가 늘었을 뿐이다.

새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국정 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제주도 역시 그렇다. 하지만 일자리를 늘리면서 노동생산성도 끌어 올려야 하는 이중(二重)의 과제를 해결하자면 고용의 절대 다수를 책임지는 제주도의 관광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저해하는 요소부터 과감히 없애야 한다. 관광·의료·교육 등 서비스업 분야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관광을 비롯한 서비스업 분야의 적극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정부와 제주도가 규제 완화를 등한시 하면 양질의 일자리 창출 기회는 점점 멀어진다. 예산을 들여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늘리거나 근로 시간 감축같은 일자리 나누기로 숫자 부풀리기 하는 것은 1회용 앰플주사 진통제 처방에 불과하다. 근본 처방은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키워야 한다. 미취업 청년과 중고령 은퇴자의 재교육 및 훈련, 취업지원 프로그램도 강화해야 한다. ‘서비스업=질 낮은 고용’이라는 등식이 깨져야 제주경제가 비상할 수 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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