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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바람’
정흥남 논설실장 | 승인 2017.07.27

[제주일보=정흥남 기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어떤 특정의 상황이 발생할 때 사람에 따라 동일한 문제도 시각이 달리 나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해당 문제와 이해가 직결된 사람이라면 자신의 보는 게 전부인 양 상대를 제압하려 한다.

“삼성중공업이 해상풍력사업에서 보따리 싸고 제주에서 철수했다는 말을 들었다. 어느 시점부터 투자유치는 곧 환경파괴라는 식의 사고방식이 굳어졌다.”

“제주의 핵심가치인 환경, 경관, 문화재 등에 대한 영향이 반드시 분석돼야 한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구지정을 추진해야 한다.”

전자는 제주도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는 투자정책을 펴고 있다면서 고태민 제주도의원(바른정당·애월읍)이 지난 25일 제주도의회 임시회 본회의장에서 행한 5분발언의 일부다.

후자는 제주의 환경자산을 저해하는 해상풍력발전 지구 지정의 문제점을 지적한 현정화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서귀포시 대천·중문·예래동)의 지난 24일 제주도의회 상임위에서 한 발언의 일부다.

이 두 지방의원의 말이 지금 제주가 처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19개 풍력단지 가동 중

지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화두 중 하나가 신재생에너지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탈원전·탈석탄’논의가 본격화 되면서 에너지 수급 대안으로 신재생에너지의 맏형격인 풍력발전이 관심이다. 그런데 풍력발전이 처한 상황은 전국이 비슷하다.

그 대표적 사례가 군산 조선소 가동중단에 따른 대안으로 모색되는 서남해 해상풍력사업이다. 서남해안 풍력발전단지는 1단계 20기(2019년까지) 건설을 목표로 43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며 2단계는 80기(2018~2021년) 2조원이, 3단계는 400기(2021년이후) 10조원이 투입되는 예정된 초대형 사업이다.

그런데 고창·부안 어민들은 해상풍력으로 어장이 축소되고 생태계가 파괴된다면서 해상시위를 벌이는 등 서남해 해상풍력을 반대한다. 경북지역의 대표적 풍력발전지역인 영양군 또한 풍력발전 추가설치를 막겠다고 나서고 있다. 환경문제와 소음 때문이다.

제주는 풍력발전사업을 하는데 최적의 조건을 갖는 지역으로 평가된다. 풍력발전에 반드시 필요한 바람이 풍부한 때문이다. 구좌 행원 풍력발전단지는 국내 최초의 풍력발전 상업화를 성공시킨 대한민국 풍력발전의 ‘역사’가 됐다. 현재 도내 풍력발전단지는 최근 상업운전을 시작한 탐라해상풍력까지 포함할 경우 모두 19곳에 이른다. 또 여러 곳이 대기 중이다.

#제주와 ‘조화’ 찾아야

제주의 풍력발전을 바라보는 시각도 점차 변하고 있다. 제주와의 부조화(不調和) 때문이다. 수십미터 높이의 거대한 기둥과 그 위에 돌아가는 초대형 프로펠러 형태의 발전기는 그 자체만으로 제주의 고유 경관과 엇박자를 낸다. 물론 일부에선 이정도 쯤은 감내해야 하고 감내할 수 있다고 강변하지만, 이는 속 모른 소리다.

제주의 중산간 요충지와 해안변을 가로지르는 고압송전선로 지중화 사업은 제주의 해묵은 현안이다. 제주의 경관을 해치는 제주와의 부조화라는 이유 때문이다. 풍력발전 시설은 이에 비교가 될 수 없다. 현장에 가보면 그 거대함에 말문이 막힌다. 그런데도 송전고압선로는 땅에 묻고 이와 비교될 수 없이 큰 전봇대는 세워도 된다고 우기는 것은 모순이다.

제주도정은 과거 한 때 풍력발전시설을 특정지역에 집적화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그런데 그도 잠시 뿐. 마을별로 신청이 쇄도하자 이들의 표(票)를 의식한 도정은 정책을 바꿨다. 제주전역이 발전소가 됐다. 그 결과 제주 전역에 속병이 도졌다. 기왕 추가로 만들어야 한다면 이제라도 한 곳으로 모이게 해야 한다.

돈 많은 삼성중공업이 떠난 것은 아쉽지만, 그렇다고 그 돈을 위해 ‘제주의 가치’까지 희생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엔 동의할 수 없다. 제주와 함께하고 함께 가지 못할 돈이라면 손사래를 칠 수 있어야 한다. 제주의 자존심이 먼데 있는 게 아니다.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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