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직선제가 본질은 아니다
시장 직선제가 본질은 아니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7.27 18: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일보] 제주도가 추진 중인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나왔다. 요약하면 혼자 나서지 말라는 것이다. 제주도는 최근 행정자치부를 방문해 행정체제 개편에 따른 실무차원의 논의를 벌였다. 그런데 이 자리에 참가한 행자부 관계자들은 지방분권의 내용까지 담은 개헌논의가 조만간 시작되는 시점에서 제주만 행정체제 개편을 추진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방분권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과 직결되는 핵심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주장해 왔다. 개헌은 내년 지방선거와 맞물려 진행될 것이 확실시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주만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행정체제 개편작업을 벌인다고 하더라도 정부와 국회가 호응해 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게 된 출발점은 도민들의 주민투표다. 2005년 7월 전국에서 처음 실시된 당시 행정구조 개편을 위한 주민투표 결과 제주도민들은 단일 광역자치를 주 내용으로 하는 ‘혁신적 대안’을 선택했다. 제주도 전체를 하나의 광역자치단체로 개편하되 4개 시군을 2개시로 통합해 임명직 시장을 운영하고 시군의회는 폐지하는 것이 골자이다.

특별자치도 출범 10년이 지나면서 운영과정에서 크고 작은 문제들이 나왔다. 대표적인 게 바로 ‘제왕적 도지사’의 탄생이다. 예전 같으면 주민들의 손으로 선축된 민선 시장과 군수들이 도지사의 권한을 직·간접적으로 견제했는데, 이들이 없어지면서 도지사의 권한이 비대하게 커진 것이다. 또 이처럼 비대해진 도지사 권한행사와 이 과정에서 나온 폐단들이 행정조직 내부는 물론 일반 도민들에게까지 고스란히 노출됐다. 급기야 행정시장 직선제 문제가 대안으로 나왔다. 결론적으로 행정시장 직선제는 행정시의 기능강화 측면보다 제왕적 도지사에 대한 ‘반감’에서 나왔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기반은 ‘단일 광역자치’로, 이는 엄밀하게 보면 행정시에 ‘독립적 권한’을 강화하는 행정시장 직선제와는 분명 구분된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행정시를 아예 없애고 대신 읍·면·동의 기능을 ‘혁신적으로’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지금의 행정시는 읍·면·동 입장에서 보면 옥상옥의 기구로, 실제 행정시 권한 대부분은 제주도의 권한을 위임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전산화가 완벽하게 이뤄진 현행 행정시스템에선 제주도가 그 권한을 읍·면·동에 위임해 집행하게 할 수도 있다.

읍·면·동 기능강화는 현장 주민자치를 강화하는 동시에 대민 행정서비스의 질 향상과 직결된다. 기왕 행정체제 개편작업에 나선 만큼 제주도는 이번 기회에 공론화 과정을 통해 읍·면·동 기능 강화를 전제로 행정시 폐지 문제 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지향점은 행정계층 단순화로 효율적인 정책결정 시스템을 갖추고 도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