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연속성, 그 출발점은 신뢰에 있다
관계의 연속성, 그 출발점은 신뢰에 있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7.25 18: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형수. 제주한라대학교 컴퓨터정보과 교수/논설위원

[제주일보]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 운명적으로 부모와 자식으로 혈연 관계가 성립된다. 또한 부모를 기점으로 일가 친족 관계로도 자연스럽게 맺어지게 된다. 이러한 태생적 관계에 있어서의 서로 간의 허물과 애증은 가족이라는 믿음이 전제되기 때문에 쉽게 용해된다. 여타의 동물 세계와는 달리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자영업을 하든 직장 생활을 하든 친구·동료·상사·고객 관계 등 여러 종류의 형태로 본인과 직·간접적으로 협의의 관계망을 형성한다.

또한 인터넷 특정 사이트에서 정보 검색을 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회원 가입을 하는 순간 나의 신상이 노출되고 카톡, 페이스북 등 광의의 친구 맺기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아울러 인터넷 사용의 상용화로 인터넷 쇼핑, 자주 방문하는 사이트 및 검색어 유형에 대한 개인별 취향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맞춤형 정보 이용 권유 서비스를 받기도 한다. 트위터 등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특정 주제에 대한 여러 의견들을 피력해 광화문의 촛불 시위처럼 집단지성으로 표출되고, 때론 본의 아니게 인터넷 폭력에 시달리는 모름지기 공유와 개방의 초연결 관계망 사회에 살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인간은 일생 동안 일을 하면서 사람들과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그들과의 소통의 문제도 때론 대두된다. 직장인들이 일보다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다고 하소연 한다. 세상과의 단절을 원하면 관계를 끊으면 된다. 허나 삶 자체가 관계의 연속이기에 그 관계를 끊을 수는 없다. 레이먼드 조의 ‘관계의 힘’ 책에서는 ‘만명의 인맥보다 한 명의 친구를 만들고, 나부터 믿음을 주는 진정한 친구가 되라’고 말한다. 재물 추구의 관계가 아닌 신뢰를 우선시 하라고 강조한다. 사실 원만한 관계 유지를 위해선 서로 간의 신뢰유지가 금과옥조다.

이러한 신뢰 문제는 비단 개인과 개인 간의 문제뿐만 아니라 조직의 구성원 간, 생산자와 소비자 간, 국가 지도자와 국민 간, 국가와 국가 간 등 여러 관계의 체제를 유지하는 근간이다. 불행하게도 지난 박근혜 정부가 탄핵 정국을 맞고 현재 영어의 신세가 된 건 국민에게서 그 신뢰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공직 배제 5대 원칙에 의거, 참신하고 능력있는 인재로 조각 인선을 약속했으나 청문회 상에서 나타난 장관 후보자들의 각종 비리의 연루는 과거 정부의 정부 요직인사들과 별반 다름이 없어 믿음에 금이 났다. 그나마 전 정부와는 다른 낮은 곳으로부터의 소통의 정치를 하고 있기에 국민들이 믿고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허나 북핵 및 사드배치 건, 신고리 원전 5·6호 공사 중단, 최저 임금제, 정규직화, 증세 정책, 추경 예산 편성 등에 있어서 다소 숙의(熟議)가 없게 보이는 제왕적 결정에 대한 우려의 의견들이 분분하다.

임기를 1년 정도 앞두고 있는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에 있어서도 다를 바 없다. 강정마을 구상금 청구권, 4·3 진상조사, 제2공항 건설, 행복주택 건설에 따른 갈등 외에 인구 유입에 따른 교통, 주택, 쓰레기, 중국인 편중 저가 관광건 등 산적한 사안이 많다. 하기야 어떤 제도나 정책을 마련함에 있어서는 이해 집단 간 의견이 상충돼 갈등이 있기 마련이다.

시장 경제학에서 적용되는 왈라스의 균형점은 인간관계나 갈등이 있는 제 분야에 있어 찾기가 쉬워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듯, 각종 사회에서 제 분야의 갈등을 해소하고 작금의 폭염도 함께 가시게 하는 그 어떤 신비의 가위 손이 작용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지 모른다.

지난 24일 꽃다운 17살에 만주로 끌려가 일본군의 만행으로 고통을 받은 위안부 피해자 중 한 분이였던 김군자 할머님이 돌아가셨다. 김군자 할머님은 미국 의회의 일본군 위안부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해 배상금이 아닌 일본 정부의 신뢰성 있는 공식 사과를 받아 주십사 하고 한평생 애걸했지만 한(限)의 영욕의 시간을 뒤로한 채 영면하셨다. 평생 진정성과 신뢰를 갈망한 김군자 할머님께 다시 한번 깊은 조의를 표합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