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선풍기 전기세도 아까워" 독거노인의 힘겨운 여름나기
[르포] "선풍기 전기세도 아까워" 독거노인의 힘겨운 여름나기
  • 현대성 기자
  • 승인 2017.07.25 1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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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에 모여 삼삼오오 피서…거동 불편한 노인은 더위에 '속수무책'

[제주일보=현대성 기자] 지난 24일 제주시 일도2동 신산경로당. 연일 이어지는 폭염을 피하기 위해 노인들이 삼삼오오 경로당에 모여들었다.

이날 경로당에 모인 노인들은 에어컨 앞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며 더위를 잊기도 하고 서로 부채질을 해주면서 기승을 부리는 무더위를 쫓았다. 

이날 제주시의 최고기온은 섭씨 34.9도. 강하게 내리쬐는 햇볕에 노인들은 집에서 경로당으로 걸어온 노인들은 가까운 거리에도 땀이 비오듯 쏟아진 모습이었다.

이들이 경로당으로 모이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는 전기세 걱정에 선풍기를 트는 것도 주저하지만 ‘무더위 쉼터’로 지정돼 운영되는 경로당에서는 걱정 없이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다.

이날 경로당에서 만난 강모 할머니(85)는 “할머니 혼자 사는 집에 에어컨이 무슨 필요가 있냐”며 “전기세가 무서워 선풍기도 껐다 키기를 반복한다”고 말했다. 강 할머니는 이어 “보통 10명에서 15명 정도가 늘상 경로당을 찾는데 날이 더위진 요즘에는 20명 이상의 노인들이 경로당에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시 화북동의 한 경로당에서 만난 조모 할머니(88)도 “혼자 있으면 할 것도 없고 심심하니 경로당을 자주 찾는다”며 “집에 있으면 금방 땀이 차고 더워서 몇 번이고 계속 씻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거동이 가능한 독거노인들은 경로당에서라도 더위를 피할 수 있지만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들은 무더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시 일도2동에 거주하는 김모(92)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에 더운 여름에도 옴짝달짝하지 못하고 있다. 매일 오전 가사도우미가 김 할머니의 집을 방문해 간단한 집안길과 욕창 방지를 위한 체위 변경을 돕는 것을 제외하면 사람이 찾는 일도 흔하지 않다.

김 할머니는 선풍기를 키거나 문을 여는 것도 쉽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 무더운 여름이 더욱 고역이다.

김 할머니는 “한 달 전 까지는 그나마 걸을만 했는데 이제는 쉽게 움직일 수가 없다”며 “더워도 그냥 참고 지내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독거노인들이 힘겨운 여름을 나고 있는 상황에서 행정당국의 도움 등이 절실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제주도 관계자는 “에너지바우처 지원사업을 통해 취약계층의 전기요금을 지원하고 있다”며 “지원 대상과 금액 확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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