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융자제도’에 드는 걱정
‘예술인 융자제도’에 드는 걱정
  • 송현아 기자
  • 승인 2017.07.2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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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송현아 기자] “저는 월 30만원정도 벌어서 살고 있습니다.” 얼마 전 기자가 제주지역 젊은 한 작곡가와 통화를 하며 나눈 이야기 중 일부다. 그는 ‘돈’ 때문에 창작활동을 계속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지역 예술인들의 창작활동 여건을 개선하고 예술 활성화 기반 마련을 위한 ‘문화예술활동 융자제도’를 다음 달 시행한다고 한다.

이 제도는 문화예술 창작활동에 필요한 공간·운영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했다. 공간자금은 작업실, 연습실, 발표공간, 교육장 등 공간 매입비, 임차료 등의 용도이다. 운영자금은 전시, 공연 등 창착활동을 위한 자금이다.

제주도는 부동산 담보 2.8%, 신용 보증 1.85% 등 이자차액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융자한도는 1억원으로 개인별 담보능력과 신용등급에 따라 한도가 달라진다.

제주도는 이 사업을 위해 예산 5000만원을 확보, 다음 달 초 NH농협은행 제주영업본부(융자기관), 제주신용보증재단(신용보증서 발급), 제주문화예술재단(융자추천서 발급, 이자차액 보전)과 업무협약을 마치는 대로 사업 시행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전국에서 처음 시행하는 문화예술인 창작융자 지원 사업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예술인 등 개인이 제주신용보증재단의 보증을 받기 위해서는 사업자 등록 등이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1인 창작자가 부가세 등을 감수하며 창작 지원을 받기는 쉽지 않다.

문제는 이 융자를 받아도 생계유지를 위해서는 쓸 수 없다는 것이다.

2013년 ‘제주문화예술인의 지원 및 창작활동 조사’에 따르면 도내 예술인 10명 중 8명(85%)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과연 제주지역 예술인들의 창작활동 여건을 개선하고 예술 활성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융자제도뿐일까. 그보다 지역예술인들을 위한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마련해 경제·경쟁력을 키우는 것은 어떨까. 융자제도가 자칫 예술인들에게 또 다른 빚이 되어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송현아 기자  sha@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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